7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NC와 삼성의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을 앞두고 구장 관리 인원들이 방수포를 덮고 있다.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7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NC와 삼성의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을 앞두고 구장 관리 인원들이 방수포를 덮고 있다.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가을비가 이번 포스트시즌(PS)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PS는 시작부터 비의 영향을 받았다. 당초 KBO는 5일 와일드카드(WC) 결정전을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3일 창원 SSG 랜더스-NC 다이노스전이 비로 취소되는 바람에 모든 일정이 하루씩 밀렸다. 당시 KT 위즈와 5위 싸움 중이던 NC의 순위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변경이 불가피했다.

비는 PS 진행에도 영향을 줬다. 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NC와 삼성 라이온즈의 WC 결정 1차전은 40분, 이튿날 2차전은 45분 지연 개시됐다. 2차전 당일에는 대구에 유독 많은 비가 내렸다. 비가 오는 중에도 그라운드 정비 작업이 이어졌을 정도였다.

이번에도 가을비의 영향권에는 삼성이 있었다. 삼성은 가을비와 악연이 깊은 팀이다. 1984년 일명 ‘져주기 경기’로 한국시리즈(KS) 상대를 골랐다가 7차전 우천취소로 하루 쉰 최동원(롯데 자이언츠)에게 막혀 우승을 내준 일부터 역사가 짧지 않다. 유례없던 3차례 무승부(2·4·7차전)로 9차전까지 간 2004년 KS에선 악천후 속 강행된 ‘진흙탕 싸움’ 끝에 현대 유니콘스에 우승을 내준 적이 있다. 지난해는 KIA 타이거즈와 KS 1차전이 비로 서스펜디드 게임 선언되는 바람에 우세했던 흐름이 끊기기도 했다.

삼성은 가을비와 악연을 41년이 걸려서야 비로소 끊어냈다. 7일 WC 결정 2차전으로 악연이 청산된 분위기다. 에이스 원태인은 비를 맞으면서도 106구로 6이닝 4안타 2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의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로 팀의 준플레이오프(준PO) 진출을 이끌었다. 경기 후 원태인은 “경기가 지연돼 몸을 두 번이나 풀고 마운드에 올랐다. 몸을 두 번 풀고 등판한 건 처음”이라며 웃었다. 이어 “1차전 패배로 (4위의) 어드밴티지가 모두 사라진 상황이지 않았는가. ‘내일은 없다’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덧붙였다.

가을비는 앞으로도 PS의 큰 변수로 작용할 분위기다. 선수들의 경기력은 물론, 전체 일정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당장 삼성과 SSG 랜더스의 준PO 2차전이 예정된 10일 오후에도 인천SSG랜더스필드 인근에 비가 예보돼 있다. 두 팀의 3차전이 열릴 12일에도 오후부터 대구에 비소식이 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