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스’·‘어쩔수가없다’ 스틸, 사진제공|CJ ENM·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 ‘보스’·‘어쩔수가없다’ 스틸, 사진제공|CJ ENM·하이브미디어코프


배우 이성민이 가을 극장가의 남자, ‘추남’(秋男)으로 등극했다. 추석 연휴 박스오피스 1·2위를 나란히 차지한 영화 ‘보스’와 ‘어쩔 수가 없다’에서 각각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쌍끌이 흥행’의 단맛을 보고 있다.

그는 추석 연휴 내내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킨 ‘보스’에서 한때 잘나가던 조직 ‘식구파’의 보스로 특별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단순무식하지만 조직원들을 끔찍이 아끼는 인물로, 우스꽝스러운 말투와 몸짓으로 관객들에게 웃음을 자아냈다. 더불어 시대의 흐름 속에 점점 힘을 잃어가는 ‘구식 보스’의 모습은 짠내를 자아내며 그의 인간적인 매력까지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갑작스러운 보스의 죽음 이후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만큼, 이성민이 연기한 캐릭터는 서사의 포문을 여는 핵심축이자 영화의 정서를 결정짓는 역할까지 수행하며 주연 못지않은 존재감을 뽐냈다. 이와 맞물려 ‘보스’의 주연인 조우진 역시 “우리 영화의 빛나는 오프닝은 이성민 선배의 열연 덕분”이라며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반면, ‘보스’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를 유지하며 200만 관객을 돌파한 ‘어쩔수가없다’에서는 전혀 다른 얼굴로 “역시 이성민”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극 중 그는 20년 넘게 다닌 제지 회사에서 해고된 뒤 재취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실직자로 분했다. 재취업을 위해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또 다른 실직자인 주인공 만수(이병헌)의 타깃이 되는 인물이다.

이성민은 아날로그 방식만 고집하는 외골수이자 시대와 동떨어진 ‘아날로그형 인간’ 캐릭터를 사회 변화 속에서 소외된 중년 남성의 초라한 자화상을 보는 듯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일자리를 잃고 가족과도 점점 멀어지며 무기력한 가장이 겪는 처절한 현실과 사회적 부조리를 블랙코미디적인 터치로 뛰어나게 연기했다는 평이다.

이런 이성민의 뛰어난 연기에 대해 ‘어쩔수가없다’를 연출한 박찬욱 감독 역시 “작은 몸짓 하나까지 계산된 연기”였다며 “그의 연기는 캐릭터가 살아 숨 쉬게 만든다”며 격찬하기도 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