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글로벌 흐름을 진단하는 보고서가 공개됐다.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이 서울대학교 경영연구소와 함께 제작한 ‘코리아 아트 마켓 2025(KOREA ART MARKET 2025)’가 그 주인공이다. 이번 리포트는 미술시장에 대한 객관적 분석을 통해 국내외 컬렉터와 전문가들에게 통찰을 제공하는 산학협력형 결과물이다.

보고서는 한국 미술시장의 현재를 글로벌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전면 영어로 구성됐다. 단순한 시장 동향을 넘어 경매·갤러리·페어 분석, 컬렉션 트렌드, 작가 연구, 인터뷰 등을 폭넓게 다뤘다. 올해판의 중심 주제는 ‘갤러리의 생존 전략과 구조적 변화’. 경기 둔화와 불확실성이 짙은 환경에서 한국 갤러리들이 어떤 방식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는지를 면밀히 짚었다.

서울대 김상훈 교수가 편집을 총괄하고, 홍익대 주연화 교수를 비롯한 다수의 필자가 참여한 이번 리포트는 26개 갤러리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실었다. 응답자의 57.7%가 전년 대비 매출 감소를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초고가 작품보다는 합리적 가격대의 회화 거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작품 구매 이유 역시 ‘투자’보다 ‘개인 취향’이 우세했다.

보고서는 이를 “투기에서 취향으로, 투자에서 관계로 이동하는 새로운 컬렉터 세대의 등장”으로 분석했다. 즉, 세대 교체가 한국 미술시장의 지속가능성과 건강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라는 진단이다.

올해 리포트에는 처음으로 ‘코리아 아트 마켓 파워 20(Korea Art Market Power 20)’이 수록됐다. 리움미술관 홍라희 명예관장, 아모레퍼시픽그룹 서경배 회장, 방탄소년단(BTS) RM 등이 포함됐으며, 순위 없이 영향력 있는 인물들을 데이터 맵으로 시각화했다. 이 데이터는 작가, 컬렉터, 기업인, 큐레이터 등 다양한 주체의 상호작용 구조를 보여주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상훈 교수는 “이번 보고서가 세계 미술 관계자들에게 새로운 통찰과 영감을 주길 바란다”며 “꾸준한 연구와 지원을 이어온 파라다이스문화재단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은 올해로 4년째 서울대와 함께 코리아 아트 마켓 리포트를 제작하고 있다. 재단은 예술산업의 구조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연구 데이터를 공개해 미술계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사회적 가치 창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최윤정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이사장은 “세대를 넘나드는 예술가들의 활약이 K-아트의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며 “파라다이스가 지향하는 ‘문화 기반 ESG’의 상징적 성과로 코리아 아트 마켓 리포트가 자리잡길 바란다”고 밝혔다.

해당 리포트는 파라다이스문화재단 공식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