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내가 왕이 될 상인가? 국산마 왕좌 가릴 제21회 대통령배 19일 개막

글로벌히트.

국산 최강 명마 타이틀을 놓고 겨루는 제21회 대통령배(G1)가 오는 19일 렛츠런파크 서울 제8경주로 막을 올린다.

대통령배는 당해 최고의 경주마를 선발하는 ‘코리아프리미어 시리즈’의 다섯 번째 관문이다. 6월 오너스컵을 시작으로 KRA컵 클래식, 코리아컵, 코리아스프린트로 이어지며 대통령배를 통해 그 윤곽이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배 이후에는 국제신문배(10월 26일)와 그랑프리(11월 30일)가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배와 그랑프리를 모두 석권하며 명실상부한 한국 대표 경주마로 인정받은 ‘글로벌히트’는 올해 초 세계무대를 향해 두바이 원정에 도전, ‘알 막툼 클래식(G2)’에서 ‘카비르칸’, ‘킹골드’ 등 해외 유명 경주마들을 제치고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0월 은퇴한 ‘위너스맨’ 역시 2023년 대통령배와 그랑프리에서 우승을 거두며 최우수 국내산마와 연도대표마 영예를 안았다. 이는 곧 대통령배 우승이 가지는 상징성을 보여준다. 연도대표마로 향하는 중요한 관문이자 그랑프리 우승마까지 예측해 볼 수 있는 대통령배를 통해 국산마 왕좌에 오를 쟁쟁한 후보들을 만나본다.

●글로벌히트(한국 수 5세 갈색·마주 김준현·조교사 방동석)
2023년 6월 코리안더비 우승을 계기로 존재감을 드러낸 글로벌히트는 현재까지 대상경주를 무려 9번이나 휩쓸었다. 그 중 지난 한 해 동안만 5개의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24년은 글로벌히트와 기수 김혜선의 해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올 봄 두바이 원정 후에도 지치지 않는 체력과 안정된 컨디션으로 YTN배, 부산광역시장배에서 연이어 우승하며 ‘오우글(오늘도 우승은 글로벌히트)’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다만 지난 8월 개최된 KRA컵 클래식에서도 역시 가장 높은 인기를 모았으나 결승선 직선주로에 들어서며 탄력을 잃고 석세스백파에 밀려 2위를 기록, 위상이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후 왼다리 인대염 등으로 인해 치료와 휴식기간이 길어지며 대망의 코리아컵에 출전하지 못해 팬들에게 큰 아쉬움을 남겼다.

심기일전해 두 달여 만에 출전하는 이번 대회에서 글로벌히트가 최상의 컨디션으로 다시 최정상의 자리에 설 수 있을지가 이번 대회 최대 관전 포인트다.

석세스백파.

●석세스백파(한국 수 4세 회색·마주 이종훈·조교사 민장기)
현재 코리아프리미어 시리즈 승점 1위를 기록 중인 ‘석세스백파’는 글로벌히트, ‘스피드영’과 함께 장거리 최강 3총사로 불린다. 스테이어 시리즈 1관문인 헤럴드경제배에서 우승하며 주목을 모았으나 이어진 YTN배에서 일본의 유메노호노오에 밀려 4위에 그쳤고, 부산광역시장배에서도 두 라이벌인 글로벌히트와 스피드영에 밀려 3위에 머물렀다.

잠재력에 비해 좀처럼 우승복은 약한 편이었지만 지난 8월 KRA컵 클래식에서 결승선을 100미터 남겨두고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글로벌히트를 가볍게 제치고 우승을 거머쥐던 모습은 경마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후 출전했던 코리아컵에서 비록 6위에 머물렀지만 ‘딕테이언’, ‘챈쳉글로리’, ‘두라에레데’ 등 유명 경주마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의 잠재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쉬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더욱 막강해진 석세스백파는 이번 대통령배에서 눈 여겨봐야할 말임에 분명하다.

스피드영.

●스피드영(한국 수 5세 갈색·마주 ㈜디알엠씨티·조교사 방동석)
2022년 10월 데뷔 직후 그해 연말 브리더스컵에서 ‘판타스틱킹덤’, ‘나올스나이퍼’ 등을 꺾고 정상에 올랐던 스피드영은 이후 좀처럼 대상경주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한 채 대부분 2, 3위에 머물렀다.

올해 오너스컵에서는 디펜딩 챔피언으로 주목 받으며 가장 높은 인기를 끌었지만 충격의 9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주를 거듭할수록 중단거리보다는 페이스를 안배하며 전개할 수 있는 장거리 경주에서 강점을 보여 왔던 만큼 2000m 경주인 이번 대통령배에서 그간의 아쉬움을 설욕하고 영원한 2인자에서 벗어나 우승의 염원을 이룰 수 있을지 궁금하다. 스피드영은 석세스백파에 이어 코리아프리미어 시리즈 승점 2위에 올라있다.

너트플레이(4번).

●너트플레이(한국 수 5세 흑갈색·마주 조현영·조교사 최영주)
부산경남 소속 경주마들의 삼파전 양상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꾸준한 선전으로 조용히 주목받고 있는 존재가 바로 2023년 일간스포츠배 우승마인 ‘너트플레이’다. 역시 대상경주 우승과는 인연이 적었고, 경주성적에 부침도 있지만 꾸준한 출전과 순위권 진입으로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남다른 승부욕과 뒷심으로 경쟁마를 위협하는 카리스마를 갖췄다. 지난해 헤럴드경제배가 대표적이다. 마지막 순간 글로벌히트에 밀려 2위에 그쳤지만 선두권을 지켜내려는 뚝심과 힘은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너트플레이가 부경 3강 구도를 깨고 서울의 자존심을 지켜낼 다크호스가 될 것인지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