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매거진 산하 W 코리아가 개최한 자선행사 ‘러브 유어 더블유’가 갈수록 더 큰 역풍을 맞고 있다.

유방암 환우들을 위한 캠페인을 표방했지만, 정작 행사장에는 핑크리본조차 보이지 않았고, 명품 브랜드 협찬과 연예인들의 화려한 드레스, 샴페인 잔이 넘실거리는 파티 장면이 이어졌다. “이건 인식 개선이 아니라 환자 조롱”이라는 여론이 폭발했다.

행사 이후 SNS에는 실제 유방암 환자들과 가족들의 절규가 쏟아졌다. 유방암 환자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이 다 빠지고 가족에게 민머리를 보여주는 것도 부끄러웠던 시절이 있었다. 술을 마시며 유방암과 무관한 노래를 부르는 행사를 ‘인식 개선’이라 부르는 건 잔인한 조롱”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어머니와 할머니 모두 유방암 환자였다. 진정한 인식 개선이라면 술잔 대신 현실을 보여줬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 댓글 역시 “유방암을 콘텐츠로 이용해 이미지를 포장하는 건 가장 비윤리적인 행동”이라며 “유방암 환우들에게 공식 사과하라”고 비판했다.

해외 반응도 싸늘하다. 영국, 미국, 브라질, 터키 등지의 네티즌들은 “이게 자선행사냐, 술과 춤뿐이다”, “20년간 겨우 3억 원 기부라니 부끄럽다”, “환자 한 명도 초대하지 않았다”며 공개 비판을 이어갔다. 영국의 한 암 캠페이너는 “핑크리본조차 없는 술파티가 어떻게 유방암 인식 개선이냐”며 “이건 부유층과 셀럽들의 쇼 파티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같은 부정적인 해외 반응에 호황기를 맞는 한류 콘텐츠에 역풍이 불까봐 우려를 낳는다.

국내 여론은 더욱 분노로 들끓고 있다. 여성신문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간에서 주최하는 무분별한 행사 때문에 분노했을 국민의 마음에 공감한다”며 “유방암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을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 2015년 3월 31일 서울시 중구 두산타워에서 노동영 한국유방건강재단 이사장에게 여성들의 유방암 조기 검진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5100만원을 기탁했다.  (사진제공= 두산)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 2015년 3월 31일 서울시 중구 두산타워에서 노동영 한국유방건강재단 이사장에게 여성들의 유방암 조기 검진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5100만원을 기탁했다. (사진제공= 두산)


앞서 이수진 의원이 공개한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두산매거진 W코리아가 2007년부터 2025년 11월까지 한국유방건강재단에 기부한 금액은 단 3억1569만 원이다. 두산 매거진 측이 홍보해 온 “누적 11억 원”이라는 수치와는 큰 차이를 보이며, 2016년은 500만원 기부한 것으로 적혀있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는 단 한 차례의 기부도 없었다.

또 이는 2016년 3월 두산 측에서 배포했던 두산 박용만 회장이 직접 참석해 캠페인 수익금 5천 만원을 한국유방건강재단에 전달한 기부 금액과도 차이가 있어 해명이 필요해 보인다.

앞서 올해 행사에서는 캠페인의 취지와 맞지 않은 애프터 파티 공연과 여성 아이돌의 가슴을 강조한 챌린지, 술이 제공되며 논란을 키웠다. 일부 참석자는 “술에 취한 사람들 사이에서 유방암의 ‘인식 개선’을 느낄 수 없었다”며 “자선 명목을 앞세운 럭셔리 파티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두산 매거진 측은 현재 행사 취지와 이같은 사태 논란 관련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겨울 기자 win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