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기온 저하가 전립선비대증에 미치는 영향

스탠탑비뇨의학과 김도리 대표원장

가을 끝자락, 바람 끝이 갑자기 싸늘해질 때면 몸이 먼저 움츠러듭니다. 코끝이 시려오고 손발이 차가워지면 이상하게도 소변이 더 자주 마렵게 됩니다. 새벽녘 찬 공기를 맞으며 잠에서 깨어 화장실을 찾는 일도 잦아집니다. 마치 기온이 내려갈수록 방광이 더 예민해지는 것처럼 느껴지죠.

실제로 많은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날이 추워지면 소변이 더 자주 마렵고, 소변 줄기가 약해진다”고 호소합니다. 우리 몸은 온도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특히 급격한 기온 저하는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무너뜨려 방광과 전립선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전립선비대증 환자에게는 더욱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찬 공기를 마주하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혈관이 수축하고, 말초 혈류가 감소합니다. 이때 골반 주변 혈류 역시 줄어들어 전립선 부위의 온도가 떨어지고 근육이 경직됩니다. 전립선이 이미 커져 요도를 압박하고 있는 상태라면 배뇨 저항을 더욱 높여 소변이 잘 나오지 않거나 잔뇨감이 심해지게 만듭니다. 또한 급격한 기온 저하는 방광의 수축 반응을 강화해 ‘급박뇨’와 ‘빈뇨’를 악화시킵니다. 쉽게 말해 추위에 몸이 움츠러들면서 방광도 덩달아 예민해지는 겁니다. 특히 새벽 시간대 실내외 온도 차가 클 때 자다가 두세 번 이상 깨서 화장실을 가는 야간뇨가 심해지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약을 복용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앞서 장마철에도 언급했듯 감기약 중 일부 성분은 전립선비대증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항히스타민제나 기관지 확장제 성분은 방광 근육의 이완을 방해하고 요도를 조여 급성요폐(소변이 전혀 나오지 않는 응급상황)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감기약을 복용할 땐 반드시 “전립선비대증이 있다”고 의사에게 알려야 합니다.

또한 겨울철엔 따뜻한 커피나 녹차를 자주 마시게 되는데 이들에는 카페인이 들어 있어 방광을 자극합니다. 밤 시간대에는 수분과 카페인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난방기구 역시 문제입니다. 건조한 공기 속에서 장시간 앉아 있으면 골반 부위 혈류가 줄고, 요도 압박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따뜻함은 유지하되, 장시간 한 자세로 있는 습관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물론 생활습관 조절은 기본입니다. 일정한 수분 섭취, 체온 유지, 규칙적인 운동은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전립선이 이미 요도를 눌러 배뇨 통로가 좁아진 상태라면, 습관만으로는 근본적인 개선이 어렵습니다. 추위로 혈류가 더 악화하는 계절엔 빠르고 부담 없는 치료법이 필요합니다.

최근 각광받는 치료법은 워터젯 로봇수술(Aquablation)입니다. 아쿠아블레이션은 고압의 물줄기를 이용해 비대해진 전립선 조직을 정밀하게 제거하는 로봇 보조 수술입니다. 실시간 초음파 영상을 통해 수술 부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주변 신경과 혈관을 최대한 보호하여 부작용 발생률을 크게 낮춥니다. 이 수술은 고열을 사용하지 않아 신경 손상이 적고, 출혈이 거의 없으며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요실금이나 성기능 장애 같은 부작용 발생률이 1% 미만으로 낮으며, 80g 이상의 대형 전립선에도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평균 수술 시간은 15분 내외로 짧고, 대부분 환자가 수술 당일 또는 하루 내에 퇴원하며 수술 후 일주일 이내에 일상으로 복귀하는 환자가 90% 이상입니다. 

환절기 전립선비대증 수술 후에는 수분 섭취량을 늘려 혈종 형성을 예방하고, 섬유질이 풍부한 식단으로 변비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술 전 중단했던 항응고제나 혈전예방제 복용 시기는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야 합니다. 무거운 것을 들거나 높은 곳에 오르는 등의 과도한 신체 활동은 최소 4~6주 정도 피하고, 성교도 같은 기간 동안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장시간 운전이나 자전거 타기는 수술 부위 자극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회복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피해야 합니다.

수술 직후 배뇨 시 가벼운 통증, 소량의 출혈 및 골반 불편감이 있을 수 있으며, 일시적으로 빈뇨와 절박뇨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이러한 부작용은 발생률이 낮고 2~3주 이내에 사라집니다. 꾸준한 운동과 적정한 체중 유지, 육류 섭취를 줄이고 채소 과일식 비중을 높이는 건강한 식습관을 실천하고, 잦은 음주와 카페인 음료 과다 섭취 등 방광을 자극할 수 있는 음식은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술 후 일주일 이내에는 소변이 약하게 나올 수 있으며 이는 정상적인 과정이므로 무리한 신체 활동은 피하되, 앉아 있을 때는 푹신한 곳에 앉는 것이 좋습니다. 환절기에는 면역력이 약화하기 쉬우므로 따뜻한 옷을 준비하고 체온을 유지하여 전립선 건강에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전립선비대증은 자연스럽게 좋아지는 병이 아닙니다. 오히려 한파가 시작될수록 증상은 빠르게 악화합니다. “찬 바람만 불면 화장실을 찾게 된다”면 이는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신호입니다. 기온은 낮아져도 삶의 온도까지 떨어질 필요는 없습니다. 몸이 보내는 사소한 신호를 무시하지 마세요. 지금이 바로 다시 따뜻한 일상을 되찾을 때입니다.

스탠탑비뇨의학과 김도리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