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류승범이 블랙코미디의 색깔을 덧입혀 ‘권력의 민낯’을 새롭게 그렸다. 17일 공개돼 호평을 얻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굿뉴스’를 통해서다.

1970년대 요도호 하이재킹 사건을 모티브로 한 ‘굿뉴스’에서 그는 일본 공산주의 단체에 의한 비행기 납치 사건을 조용히 수습하려는 중앙정보부장을 연기했다. 다수의 영화와 드라마에서 ‘공포의 상징’으로 그려졌던 중앙정보부장 캐릭터와 달리, 위압적이면서도 어딘가 허술한 면모를 지닌 인물로 그려낸 류승범은 “실화라는 소재보다 블랙코미디라는 장르에 더 무게 추를 뒀다”고 했다.

O“사투리 캐릭터 설정은 내 아이디어”

해당 인물의 독특한 분위기를 살린 결정적 요소는 충청도 사투리에 있다. 당초 대본에는 표준어를 사용하는 캐릭터로 설정돼 있었으나, 류승범은 직접 연출자 변성현 감독에게 사투리 아이디어를 제안해, 이를 변경했다.

“대본을 읽자마자 충청도 사투리가 떠올랐어요. 내뱉는 말과 그 말에 담긴 속뜻이 다른 충청도 사투리의 특성이 이중적인 캐릭터와 잘 어울릴 것 같았죠. 대사를 제가 직접 충청도 사투리로 바꾼 뒤, 충청도 출신 친구에게 검수를 받았어요.”

그는 2020년 10살 연하의 슬로바키아인 아내와 결혼한 후 슬로바키아에 거주하고 있다. 작품 촬영 기간에는 한국에 따로 마련한 ‘세컨드 하우스’에서 지낸다. ‘굿뉴스’ 홍보 활동을 위해 한국에 머물고 있는 그는 “딸이 보고 싶어 얼른 돌아가고 싶다”며 수줍게 웃기도 했다.
“한국에도 따로 거주지가 있지만, 그래도 내 집 같진 않아요. 가족이 있는 슬로바키아에 가야 집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한국에 오면 처음 사흘 정도는 재미있는데, 그 이후부터는 가족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져요.”

영화 ‘굿뉴스’ 스틸, 사진제공|넷플릭스

영화 ‘굿뉴스’ 스틸, 사진제공|넷플릭스

O“아이를 위한 작품 하고파”

한때 ‘자유로운 영혼’의 대명사로 불렸던 그는 가장 중요한 가치로 이젠 ‘가족’을 꼽는다. 류승범은 현재 자신을 두고 “나 또한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이라고 했다.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얻는 경험을 통해 가치관이 바뀌었어요. 경험하기 전에는 확신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딸이 아빠가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는 건 알지만 정확히 뭐하는 사람인지는 잘 몰라요. 제 출연작 가운데 어린 딸에게 보여줄 만한 작품도 없고요.(웃음) 그래서 앞으로는 아이에게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하는 게 목표에요.”

친형이자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연출자 류승완 감독과 다시 협업할 기회도 기다리고 있다. 류 감독의 연출 데뷔작인 2000년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부터 2012년 개봉한 ‘베를린’까지, 두 사람은 6편의 작품을 함께했다.

“사실 협업이라는 것은 소망만으로 되는 게 아니에요. 서로가 정말 필요할 때, 운명처럼 기회가 맞물려야 하죠. 좋은 기회가 온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어요, 항상 열려 있죠.”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