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트렌치코트 하나면 충분하다. 단정하면서도 클래식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 시대를 불문하고 인기다. 사진출처 | 신예은 SNS

올가을 트렌치코트 하나면 충분하다. 단정하면서도 클래식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 시대를 불문하고 인기다. 사진출처 | 신예은 SNS


트렌치코트의 계절이 돌아왔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많은 사람들이 옷장 속 깊은 곳에서 이 클래식한 코트를 꺼내 입는다. 매년 새로운 유행이 쏟아져도, 트렌치코트만큼 꾸준히 사랑받는 아이템은 드물다. 그야말로 “매일 입어도 어쩔 수가 없는” 가을의 스테디셀러다.

트렌치코트의 뿌리는 1차 세계대전 시기 영국군의 군용 코트다. 버버리(Burberry) 창립자 토머스 버버리가 개발한 방수 원단 ‘가바딘(Gabardine)’으로 만든 이 코트는 비와 바람을 막기 위해 설계됐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실용적인 군복은 세련된 도시인의 상징으로 탈바꿈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입고 등장하면서 트렌치코트는 낭만과 지성, 품격의 대명사가 됐다.

시간이 흘러도 트렌치코트의 인기는 여전하다. 매 시즌 새로운 컬러와 디자인이 쏟아져도 베이지와 카멜 컬러는 언제나 기본이다. 여기에 오버사이즈, 가죽·스웨이드 소재 등 현대적인 감각이 더해지며 젊은 세대의 옷장에도 자리 잡았다. 거리에서는 트렌치코트를 단독으로 잠가 원피스처럼 입거나, 스커트·청바지와 매치해 캐주얼하게 연출한 모습이 쉽게 눈에 띈다.

패션 전문가들은 트렌치코트의 진짜 매력으로 ‘활용도’를 꼽는다. 허리 벨트를 묶으면 단정하고 우아한 분위기가 완성되고, 풀어 입으면 자연스럽고 여유로운 실루엣이 살아난다.
또 니트 위에 걸치면 따뜻하고, 셔츠나 티셔츠와 매치하면 일상에서도 부담 없는 스타일링이 가능하다. “출근룩, 데이트룩은 물론 비 오는 날에도 어울리는 옷”이라는 이유다.

기능적인 장점도 크다. 본래 방수와 방풍을 위해 만들어진 옷답게 가을비가 잦은 시기에 제격이다. 더블 버튼과 견장, 벨트 디테일은 체형을 보완해 주고, 단정한 실루엣을 잡아준다. 특히 롱 트렌치코트는 클래식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무릎 위 길이는 활동적이고 경쾌한 인상을 준다.

무엇보다 트렌치코트는 ‘시간을 입는 옷’이다. 유행을 좇지 않아도, 언제나 세련된 인상을 남긴다. 입는 사람의 나이와 성별, 스타일에 따라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것도 특징이다. 20대는 캐주얼하게, 40대는 품격 있게, 나이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