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마인드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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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효와 김히어라가 영화 ‘구원자’에서 기적과 저주 사이에서 충돌하는 ‘인간의 본능’을 치밀하게 그려낸다. 11월 5일 개봉하는 ‘구원자’는 누군가 기적을 받으면 누군가는 저주를 받아야 한다는 ‘등가교환의 법칙’이 존재하는 마을에서 펼쳐지는 미스터리 오컬트 스릴러다.

극 중 송지효는 가족의 기적을 위한 욕망을 서서히 키워가는 선희를, 김히어라는 갑작스러운 저주에 맞서 아들을 지키기 위해 처절한 본능을 드러내는 춘서를 맡아 극과 극의 에너지를 발산한다. 두 사람은 각각 “양심을 저버리거나” 혹은 “본능이 이끄는” 전혀 다른 결의 욕망을 스크린에 담으려 했다고 귀띔했다.

O“김히어라 캐릭터가 더 욕심 났죠”

송지효는 자신이 연기한 선희보다 김히어라가 맡은 춘서 캐릭터에 더 끌렸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희망을 잃어가며 점점 처절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춘서가 더 입체적이고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춘서를 하고 싶다고 감독께 말씀드렸는데, 감독이 도리어 저를 설득하셨어요. 대본 연습 과정에서 김히어라가 춘서 대사를 읽는 걸 보고 바로 알겠더라고요. 왜 감독이 김히어라를 고집하셨는지요. 완전히 날것 그대로의 춘서였어요. 그 순간 ‘입고 싶은 옷’과 ‘나에게 맞는 옷’은 다르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죠.”

극 중 송지효가 맡은 선희는 불의의 사고로 점차 시력을 잃어가는 인물이다. 그는 실제 돋보기를 착용한 채 연기에 임했다고 한다.

“시력이 정말 좋은 편이에요. 처음엔 얼마나 안 보여야 하는지 감이 안 왔어요. 그런데 돋보기를 써보니 진짜 앞이 잘 안 보이더라고요. 오히려 연기에 도움이 됐어요. 다만 계속 착용하다 보니 나중엔 이 영화가 실제 제 시력을 앗아가는 건 아닐지 걱정될 정도였죠.”

러닝타임 내내 화장기 없는 얼굴로 등장한 그는 “캐릭터를 위해서라면 예쁘게 나오지 않아도 전혀 상관없다”고 했다.

“원래 꾸미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안 꾸미고 다니는 게 제 ‘추구미(추구하는 아름다움)’죠. 어릴 때부터 편하게 다니는 걸 좋아했고, 사실 꾸미는 시간도 좀 고통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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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내 외모 리즈 시절은 ‘런닝맨’ 초창기”

그는 자신의 ‘리즈 시절 외모’가 담긴 작품으로 15년째 출연 중인 SBS 예능 ‘런닝맨’ 초창기를 꼽기도 했다.

“‘런닝맨’을 서른 살에 시작했어요. 20대를 지나 ‘어떻게 나와야 예쁘게 보일까’를 알게 됐던 시기였죠. 그런데 그 ‘예쁨’을 버리게 해준 것도 ‘런닝맨’이에요. 물 맞는 게임을 많이 하다 보니 메이크업을 안 하고 촬영장에 간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 욕을 엄청 먹었어요. 팬들이 ‘메이크업 하라’는 성명서까지 발표했다니까요. 그 뒤로는 꼭 숍을 들렀다 가요.(웃음)”

그는 오랜 시간 함께 하고 있는 ‘런닝맨’을 자신의 “대표작”이라고 했다. 삶 그체가 된 ‘런닝맨’으로 받아들이며 배우와 예능인 사이 ‘정체성의 혼란도 없어졌다’고 했다.

“서른에 시작한 ‘런닝맨’인데 어느덧 제가 45살이 됐네요. ‘런닝맨’은 제 삶이고, 멤버들은 가족이에요. 언젠가는 그저 제 추억의 일부가 되는 순간이 오겠죠. 그때가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제 연골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하고 싶어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