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애니 열풍, 실사 영화로 배턴 터치?…‘8번 출구’ 이어 ‘국보’ 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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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멸의 칼날’·‘체인소 맨’·‘주술회전’ 등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연이어 국내 스크린을 점령하더니, 그 인기가 실사 영화로까지 번지고 있다. 국내 영화계는 일본 콘텐츠의 세력 확장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22일 개봉한 일본 영화 ‘8번 출구’가 선두에 섰다. 현지 최정상 아이돌 그룹 아라시의 멤버이자 배우인 니노미야 카즈나리가 주연을 맡은 ‘8번 출구’는 개봉 직후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의 뒤를 이어 나흘 연속 국내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하며 흥행에 청신호를 켰다. 누적 관객수는 이미 10만 명을 돌파해 일본 실사 영화로서는 이례적인 속도로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8번 출구’는 끝없이 반복되는 지하도에 갇힌 남자가 ‘이상 현상’을 찾아 8번 출구를 통해 탈출하려는 이야기를 그린다.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같은 제목의 호러 게임을 원작으로 하며 ‘틀린 그림 찾기’ 스타일의 단순한 게임 규칙 속에 새로운 서사를 부여한 독창적인 전개가 눈에 띈다.

흥행의 중심에는 20대 관객층이 있다. 원작 게임은 이미 인기 유튜버들의 공포 체험 콘텐츠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는 개봉 전부터 MZ세대 중심으로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CGV 예매 분석에 따르면, 전체 관객 가운데 20대 비율은 38%로, 다른 연령층을 크게 압도했다. 게임 특징을 적극적으로 시각화한 신선한 연출이 해당 게임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는 오히려 친숙하게 다가섰다는 분석이다.

‘8번 출구’가 되살린 일본 실사 영화의 흥행 열기는 ‘국보’가 이어받을 전망이다. 11월 19일 개봉하는 ‘국보’는 혈통·신분의 한계를 극복하고 일본 전통 연극 ‘가부키’의 최고 반열에 오른 남자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재일교포 이상일 감독은 국내 개봉에 앞서 12일 방한해 GV(관객과의 대화)와 무대 인사를 예고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에도 나선다.

‘국보’는 일본에서 1100만 관객 돌파 이에 따라 100억 엔(942억 원)이 넘는 흥행 수익을 거두며 열도를 뜨겁게 달궜다. 일본에서 실사 영화가 100억 엔 수익을 넘어서기는 2003년 ‘춤추는 대수사선2’ 이후 22년 만이다.
흥행 뿐만 아니라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된 데 이어 미국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일본 대표 출품작으로도 선정되는 등 작품성까지 인정 받았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