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바이포엠 스튜디오

사진제공|바이포엠 스튜디오


배우 정려원은 7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인 ‘하얀 차를 탄 여자’를 ‘우연히 꺼낸 겨울 코트 주머니에서 발견한 지폐’처럼, ‘생각지도 못한 기쁨’을 안겨준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당초 2부작 단막극으로 기획됐으나, 촬영을 마친 이후 기획이 달라졌고 촬영 종료 이후 3년 만인 29일 영화로 개봉하게 됐기 때문이다.

변호사나 검사 등 전문직 캐릭터를 주로 해왔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정신질환을 가진 폭행 사건의 피해자 도경 역을 맡아 새로운 도전에도 나섰다. 영화는 폭설이 내린 어느 새벽, 상처 가득한 얼굴로 피투성이 언니를 싣고 병원에 나타난 뒤 오락가락하는 진술을 늘어놓는 도경의 모습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O“눈물 연기 비결? 원래 잘 우는 사람”

쉽지 않은 작품이었지만 정려원은 연출자인 고혜진 감독의 ‘입봉’을 돕기 위해 고민도 없이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고 감독은 정려원이 주연한 JTBC 드라마 ‘검사내전’의 조연출 출신이다. 

14일에 불과했던 촉박한 촬영 기간 등 쉬운 여건은 아니었지만, 고 감독에 대한 믿음, 무엇보다 함께 연기한 이정은의 도움 덕에 즐겁게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현장엔 선배님은 많지만, ‘진짜 어른’은 드물어요. 그런데 이정은 선배님은 정말 좋은 어른이에요. 끙끙 앓고 있던 고민도 선배님에게 털어놓으면 해결책이 생겨요. 정말 멋지고 좋은 말도 많이 해주세요. ‘외워뒀다가 나도 나중에 써먹어야지’ 싶어도 감히 따라할 수가 없어요. 그 모든 말이 선배님의 삶에서 자연스러베 우러러 나오는 것들이기 때문이죠.”

우는 장면도 유난히 많았던 작품이다. 첫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부터 우는 신을 선보일 때마다 ‘레전드’를 경신한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눈물 연기 노하우를 묻는 질문에 “그냥 내가 눈물이 많은 사람”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저는 화가 나도 울고, 짜증이 나도 울고, 누군가를 공감해 줄 때도 울어요. 영화 ‘인사이드 아웃’처럼 각자 여러 감정의 주머니를 가지고 있는데, 전 눈물 주머니가 가장 큰 것 같아요. 그런데 정은 선배님이 감정을 언어화 해보려는 노력을 하라고 이야기 해주시더라고. 저는 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늘 울기만 하는 게 답답했거든요. 그 조언이 저를 다스리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 스틸,  사진제공|바이포엠 스튜디오

영화 ‘하얀 차를 탄 여자’ 스틸, 사진제공|바이포엠 스튜디오

O“샤크라로 데뷔 못했다면 연기 못했을 것”

그런 그를 요새 가장 많이 울리는 사람은 전 배구선수 김연경이다. 김연경이 출연하고 있는 MBC ‘신안감독 김연경’을 보고 치열하게 경기하는 김연경과 선수들을 볼 때마다 매번 눈물을 쏟고 있다고 했다.

“(김)연경이랑은 원래도 친해요. ‘하얀 차를 타는 여자’ 시사회에도 와줬어요. 이런 영화 시사회에 처음 와봤다고 하더라고요. 영화 너무 재미있게 봤다고 응원도 많이 해줬죠.”

벌써 데뷔 23년차. 그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2000년 연예계에 발을 내딛게 해준 걸그룹 샤크라 활동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워낙에 숫기가 없어서 가수 활동을 하며 마음을 단련을 하지 않았으면, 연기 활동을 시작하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최근 JTBC ‘싱어게인4’에 출연해 가수로서 재도약을 꿈꾸는 샤크라 출신 보나를 향한 응원의 메시지도 전했다.

“예전처럼 연락을 하고 지내진 않지만, 너무 너무 응원해요. 샤크라 활동 때부터 저와 달리 정말 노래를 잘한 친구에요. 샤크라 활동 이후에도 다른 일을 하면서도 노래를 놓지 않았던 친구에요. 정말 잘됐으면 좋겠어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