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 박순자아우내순대의 순댓국. 구수하고 끈끈한 국물에 큼직한 병천 순대와 부속고기가 넉넉히 들어있다. 천안 | 양형모 기자
기온의 허리에서 ‘뚝’ 소리가 난다. 벌써부터 겨울 냄새에 코끝이 맵다. 이런 날엔 뜨끈한 국물 생각이 간절해진다.
천안을 찾은 날은 공교롭게도 제1회 병천순대축제 기간이었다. 축제의 흥겨운 분위기야 환영할 일이지만, 병천순대거리의 인파는 아무래도 걱정이다. 순대 속 당면만큼이나 빡빡하게 사람들로 들어차 있을 것이다.
어차피 밥을 먹고나서는 ‘천안 빵의 성지’ 뚜쥬르의 빵돌가마마을을 들를 계획이었기에 동선을 고려해 박순자 병천아우내순대 직영 1호점으로 향했다. 시간과 체력을 아끼기 위해 본점 프리미엄을 과감히 포기하기로 했다.
식당에 들어서자 구수한 냄새가 버선발로 나와 반긴다. 메뉴판을 볼 것도 없다. 순댓국이다. 허연 김을 토하는 국물을 수저로 휘휘 저어본다. 큼직한 다섯 알의 순대가 넉넉하게 담겨 있다. 시중의 프랜차이즈 순댓국 가게들의 경우 대체로 ‘순대 세 알이 국룰’처럼 되어 있어 박한 느낌이 드는데 확실히 다르다.
찹쌀과 선지가 버무려진 속은 촉촉하고 쫀득하다. 잡내는 전혀 없고, 국물은 담백하면서도 진하다. 일단 나온 상태로 맛을 보고나서 새우젓으로 간을 더한다. 마지막엔 다대기를 풀어 칼칼하게 마무리.
순대국집과 칼국수집은 김치가 맛있어야 한다는 것이 지론이다. 메인인 순댓국과 칼국수는 한 번쯤 에러가 나도 인내할 수 있지만 김치는 스트라이크존이 좁다. 잘 익은 이 집 김치는 순댓국의 구수함을 든든하게 지원한다. 천안 막걸리 한 잔을 곁들이니 몸과 마음의 근육이 스르르 풀리는 기분이다. 이런 걸 ‘순댓국 마사지’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겠지만.

순댓국에 들어가는 병천순대. 선지와 소창이 맛의 핵심이다.

천안양조장의 막걸리와 병천순댓국은 궁합이 잘 맞는다.
1960년대 초, 장터 근처에 돼지고기 가공공장이 들어서면서 남은 부산물을 활용하기 위해 채소와 선지를 넣은 순대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장날마다 장꾼들의 허기를 달래주던 순대가 세월을 거치며 병천의 명물이 된 것이다.
1968년 첫 간판을 내건 청화집을 시작으로 충남집, 돼지네, 아우내엄나무순대 같은 식당들이 잇따라 문을 열었고, 1990년대에는 아우내순대길을 따라 순댓국 전문점이 줄지어 들어서며 지금의 병천순대거리가 형성됐다. 이후 입소문을 타고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1998년 천안의 특색음식으로 지정됐다. 지금은 수십여 곳의 순댓국집이 각자의 비법으로 전통을 이어가며 전국에서 찾아온 손님을 맞는다. 경기 남부나 수도권의 ‘병천순대’ 간판을 단 식당들 상당수가 바로 이 거리에서 매일 새벽 순대를 공급받는다고 한다.
병천순대의 맛을 살리는 핵심은 선지와 소창이다. 잡내가 적고 부드러운 돼지의 소창에 선지, 찹쌀, 양배추, 파, 마늘, 생강을 넣고 쪄내는데, 당면은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이로 인해 색은 짙고 맛은 깊으며, 선지의 고소함과 찹쌀의 포근한 식감이 어우러진다. 국물은 돼지뼈와 사골을 푹 끓여낸 뒤 기름기를 걷어내고 들깨를 더해 담백하고 진한 맛을 낸다. 집집마다 한약재나 부추, 마늘 등을 더해 고유한 풍미를 만들어내는데, 이처럼 ‘같은 재료, 다른 맛’이 병천순대거리의 매력이다.
병천순댓국에는 반세기를 이어온 시간과 사람의 정성이 푸짐하게 담겨 있다. 가을의 끝, 새로운 계절을 시작하기에 뜨끈하고 구수한 병천순댓국 한 그릇은 꽤 그럴 듯한 선택이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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