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싸이더스·제리굿컴퍼니

사진제공|싸이더스·제리굿컴퍼니


한국과 동남아시아의 영화 합작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과거 동남아 특유의 분위기를 살린 호러 장르에 집중됐던 것과 달리, 이제는 따뜻한 휴먼 가족극과 경쾌한 로맨틱 코미디 등으로 장르 스펙트럼이 확장되고 있다. 

특히 최근 캄보디아 등 동남아 일부 지역의 범죄 사건으로 싸늘해진 시선 속에서, 한류 스타들이 참여한 두 편의 한·베(韓·越) 합작 영화가 동남아의 따뜻하고 경쾌한 일상을 조명하며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11월 5일 개봉하는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가 그 흐름의 선두에 선다. 베트남에서 먼저 개봉해 15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큰 성공을 거둔 이 작품은, 거리의 이발사로 일하는 가난한 베트남 청년(뚜언 쩐)이 알츠하이머에 걸린 어머니(홍 다오)를 아버지가 살고 있는 한국으로 데려가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그린다. 

베트남 현지에서 국민 시트콤으로 불리는 ‘거침없이 하이킥’의 정일우가 20대 시절 엄마의 연인이자 청년의 아버지 정민 역을 맡아 특별한 존재감을 더했다.

특히 이번 영화는 단순한 기술 교류를 넘어선 ‘진정한 공동 합작 영화’의 대표 사례로 주목받는다. 연출자 모홍진 감독이 베트남에 체류하며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하는 등 베트남 문화를 스크린에 제대로 녹이기 위해 스토리 개발 단계부터 한국과 베트남이 3년여의 협업으로 완성했다. 주요 크레디트 역시 양국 제작진이 절반씩 참여했다.

영화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나혼자 프린스’ 스틸,  사진제공|싸이더스·제리굿컴퍼니

영화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나혼자 프린스’ 스틸, 사진제공|싸이더스·제리굿컴퍼니

모 감독은 “영화는 ‘문화 콘텐츠’이기 때문에 그 나라 문화와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 채 무언가를 만든다는 건 말이 안된다”며 해외 협업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의 문화에 대한 ‘존중과 이해’라고 강조했다.

11월 19일 개봉하는 ‘나혼자 프린스’는 한국의 로맨틱 코미디 감성과 베트남의 문화적 요소를 결합한 협업작으로 눈길을 끈다. 여권을 잃어버려 베트남에 발이 묶인 한국의 슈퍼스타와 평범한 현지 여성의 로맨스를 유쾌하게 풀어낸 영화로, 이광수가 ‘아시아 프린스’라는 자신의 별명을 적극적으로 패러디하며 스타의 허세와 인간적인 허술함을 동시에 보여줄 예정이다.

무엇보다 영화는 베트남 현지의 일상의 풍경과 문화를 생생하게 담아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포(쌀국수), 반미(베트남식 샌드위치) 등 대표적인 음식은 물론, 호치민의 활기찬 도심과 커피 향이 베어 있는 거리 풍경을 스크린 속에 고스란히 녹였다. 이와 관련해 제작진은 “두 나라 관객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