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들어온다!”
연말 시즌을 앞두고 뮤지컬계가 바빠지고 있다. 한국 초연부터 돌아온 재연, 신작에 이르기까지 일곱 편의 대작 뮤지컬이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관객 입장에서는 취향 선택지가 넓어졌고, 제작사들은 흥행 레이스가 시작됐다. 올해 말 공연장을 달굴 대작들을 정리했다.
크리스티안 역 홍광호, 이석훈, 차윤해(왼쪽주터). 사진제공 | CJ ENM

크리스티안 역 홍광호, 이석훈, 차윤해(왼쪽주터). 사진제공 | CJ ENM



‘물랑루즈’가 더 빨개져서 돌아온다. 바즈 루어만 영화의 열기를 무대로 옮긴 매시업 뮤지컬답게 아델부터 마돈나, 시아, 리한나까지 70여 곡을 엮은 넘버가 극을 채운다. ‘크리스티안’은 홍광호·이석훈·차윤해, ‘사틴’은 김지우·정선아가 나선다. 11월 27일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막을 올린다.
세종·진석 역 신성록. 사진제공 | EMK뮤지컬컴퍼니

세종·진석 역 신성록. 사진제공 | EMK뮤지컬컴퍼니


EMK의 열 번째 창작 ‘한복 입은 남자’는 장영실을 중심에 둔 한국형 블록버스터다. 1막 조선, 2막 유럽이라는 이단 구조로 무대를 갈라 배치하고 전 배역 1인 2역 콘셉트를 택했다. 경복궁의 장엄함과 르네상스의 화려함이 교차하며 K-사극 미학과 유럽 대서사극 문법을 결합했다. 박은태·전동석·고은성이 ‘영실/강배’를, 카이·신성록·이규형이 ‘세종/진석’을 맡는다. 12월 2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케데현과 갓, 한복의 세계적인 열풍을 예견한 듯한 EMK의 선구안이 놀랍다.


쇼노트의 ‘보니 앤 클라이드’는 11년 만의 귀환. 대공황기의 실존 범죄 커플을 다룬 작품으로, 프랭크 와일드혼의 재즈·블루스·컨트리가 얽힌 음악이 치명적 로맨스를 견인한다. ‘클라이드’는 조형균·윤현민·배나라, ‘보니’는 옥주현·이봄소리·홍금비. 연출 김태형, 음악감독 김문정, 안무 이현정 등 검증된 제작진이 합류해 업그레이드된 톤앤매너를 예고한다. 12월 11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
사진제공 | 에스앤코

사진제공 | 에스앤코


세계 무대에서 이미 ‘기술·상상력의 합’을 증명한 ‘라이프 오브 파이’는 한국 초연으로 관객을 태평양 위로 데려간다. 이 작품의 장르는 ‘라이브 온 스테이지’. 배우와 영상·음악·조명, 그리고 퍼펫이 결합해 무대 전체를 거대한 바다로 변주한다. 리처드 파커(벵골호랑이)를 비롯한 생명체는 퍼펫티어 9명이 호흡을 불어넣는다. ‘파이’는 박정민·박강현이 번갈아 선다. GS아트센터에서 11월 29일 개막.
‘비틀쥬스’ 역의 김준수.   사진제공 | CJ ENM

‘비틀쥬스’ 역의 김준수. 사진제공 | CJ ENM


‘비틀쥬스’는 김준수 합류 소식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정성화·정원영과 함께 저승 가이드의 ‘다름’을 각자 방식으로 구현한다. 팀 버튼 영화 원작의 기괴한 블랙 코미디를 무대화한 것만으로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리디아’는 홍나현·장민제, ‘바바라’는 박혜미·나하나, ‘아담’은 이율·정욱진이 나선다.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12월 16일, 시즌을 연다.
사진제공 | PR컴퍼니

사진제공 | PR컴퍼니


마지막 퍼즐 ‘슈가’는 마릴린 먼로 주연의 1959년도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를 원작으로 한 브로드웨이 쇼뮤지컬. 금주법 시대를 배경으로 두 재즈 연주자가 여장을 하고 여성 밴드에 숨어드는 ‘발칙한 위장’ 스토리를 경쾌한 넘버와 군무로 풀어낸다. ‘슈가’는 솔라·양서윤·유연정, 색소폰 연주자 ‘조’는 엄기준·이홍기·남우현·정택운, ‘제리’는 김법래·김형묵·송원근이 맡는다. 한전아트센터 대극장에서 12월 12일 한국 초연을 시작한다. 팝 아트 무드의 메인 포스터가 예고하듯, 무대 톤은 가볍고 눈은 즐겁다.

연말 라인업은 한 장르 안에서의 다양성으로 요약된다. 초대형 매시업, 기술집약 퍼펫, 신작 한국형 서사, 정통 레전드까지 포진했다. 남은 것은 관객의 선택. 화려함을 원하면 ‘물랑루즈’, 새로운 무대 언어를 경험하고 싶다면 ‘라이프 오브 파이’, 한국적 웅장미는 ‘한복 입은 남자’, 경쾌한 웃음은 ‘슈가’, 블랙 코미디는 ‘비틀쥬스’, 치명적 로맨스는 ‘보니 앤 클라이드’가 있다. 올 연말, 객석의 박수는 어느 무대에서 가장 크게 울릴까.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