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오드(A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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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묻힌 걸작이 한국 관객을 만난다. 세르게이 파라자노프 감독이 남긴 위대한 유산 ‘석류의 빛깔’이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의 세계 영화 프로젝트로 4K로 복원된 가운데, 56년 만에 11월 26일 국내 극장 개봉을 확정했다.

‘석류의 빛깔’은 18세기 아르메니아의 시인 사야트 노바의 일생을 은유와 상징으로 담아낸 영화로,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가 발굴해 4K로 복원하고 ‘더 폴: 디렉터스 컷’ 타셈 감독을 비롯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부터 아리 에스터에 이르기까지 세대와 스타일을 아우르며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작품이다.

세르게이 파라자노프는 아르메니아 출신의 영화감독, 시나리오 작가, 예술가로 1964년 ‘잊혀진 조상들의 그림자’를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1969년 ‘석류의 빛깔’을 탄생시키며 열렬한 찬사를 받았지만 국가(러시아, 당시 구소련)의 체제와 압박 속에 투옥을 반복하며 오랜 시간 작품 활동을 금지 당하는 등 비운의 운명을 감당해야 했다.

사진제공|오드(A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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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2007년 설립한 세계 영화 프로젝트(World Cinema Project, WCP)를 통해 세르게이 파라자노프 감독의 ‘석류의 빛깔’을 감독 본래의 의도에 맞춰 되살리고 4K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로 2014년 마침내 칸영화제 클래식 부문을 통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영화는 제52회 뉴욕영화제, 제39회 토론토영화제 등에 연이어 초청돼 영화계는 물론 예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또한 영화사의 획을 그은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페데리코 펠리니, 장 뤽 고다르,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등 전설적인 감독에서부터 ‘더 폴: 디렉터스 컷’ 타셈, ‘미드소마’ 아리 에스터 등의 새 시대 감독들까지 지대한 영향을 받은 감독들도 세르게이 파라자노프를 향한 경의를 표했다. 또한 마돈나, 레이디 가가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 역시 세르게이 파라자노프가 보여준 은유적 서사와 실험적 미학에 다채로운 오마주를 통해 응답한 바 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