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유니버설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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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참패 수준의 부진에 빠졌던 국내 극장가가 하반기 들어 일본 애니메이션을 필두로 한 흥행작들의 잇단 등장과 함께 마침내 ‘반등의 물꼬’를 텄다. 연말 할리우드 대작들이 줄줄이 개봉을 예고한 가운데, 하반기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 또한 커지고 있다. 한편으로 연말 극성수기에 우리 영화 대작(텐트폴)의 부재 또한 두드러지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O상반기 보릿고개, 일본 애니메이션에 기댄 3분기

올해 상반기 국내 극장가는 ‘참패’로 요약 가능한 처참한 흥행 성적표를 받았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상반기 극장을 찾은 전체 관객 수는 4250만 명으로, 전년 동기(6293만 명) 대비 32.5%(2043만 명)나 급감했다. 매출액 역시 지난해(6103억 원)보다 33.2% 감소한 4079억 원에 그쳤다.

이로 인해 극장가에는 코로나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았던 2021년 이후 4년 만에 연간 총관객 1억 명 달성이 어렵다는 위기감마저 돌았다.

3분기(7~9월)를 지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지난달 관객 수는 983만 명으로 전년 동월(630만 명) 대비 56%나 급증하며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이러한 반등은 정부의 영화관 할인 쿠폰 정책에 따른 관람 촉진 효과와 함께 ‘귀멸의 칼날’, ‘체인소 맨’ 등 일본 애니메이션이 기대 이상의 대흥행을 기록하며 극장가 회복의 숨은 주역으로 떠오른 덕분이다.

O4분기 최고 실적 기대, 한국 영화는 실종

극장 업계는 4분기 실적이 한층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토피아 2’, ‘위키드: 포 굿’ 등 강력한 IP를 앞세운 할리우드 대작들이 연이어 개봉하며 관객몰이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아바타: 불과 재’(아바타3)가 12월 17일 ‘전 세계 최초’ 대한민국 개봉을 확정지어 기대감을 더한다. 앞서 ‘아바타’ 1·2편 모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던 만큼, ‘아바타3’가 연내 첫 1000만 영화에 등극해 극장가 회복의 마중물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이런 낙관적 전망과는 대조적으로 우리 영화 대작들은 크리스마스 및 연말이란 성수기에도 아랑곳않고 사실상 전무할 것으로 예상돼 눈길을 끈다. 지난해까지만해도 국내 대형 배급사들이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한 ‘텐트폴 영화’를 내세워 흥행 경쟁을 벌여왔지만, 올해는 중급 이하 규모의 작품 몇 편만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 깊은 침체 국면에 놓였음을 실감케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화 흥행으로 극장 매출은 다소 회복될 수 있겠지만, 한국 영화 산업 전체로 보면 자생력을 잃어가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며 “특히 텐트폴의 부재는 내년 한국 영화 라인업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악순환의 신호”라고 지적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