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미디어캐슬·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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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영화계를 뒤흔든 두 걸작의 중심에는 ‘한국인’이 있다. 일본 전통 예술 가부키의 정수를 담은 영화 ‘국보’를 연출한 재일교포 3세 이상일 감독과, 미야케 쇼 감독의 영화 ‘여행과 나날’에서 주연으로 활약한 배우 심은경이다. 두 작품은 단순 흥행을 넘어 뛰어난 예술적 완성도를 드러내며 현지 관객과 평단 사이에선 문화적 전환점으로까지 평가받는다.

19일 국내 개봉을 앞둔 이상일 감독의 ‘국보’는 일본 영화계의 흥행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일본에서 1200만 관객을 돌파하고 170억 엔의 수익을 기록, 역대 실사 영화 흥행 2위에 등극했다. 열도에서 실사 영화가 100억 엔 이상 흥행을 기록하기는 2003년 ‘춤추는 대수사선2’ 이후 22년 만의 일로, 흥행 추세로 미뤄 조만간 ‘역대 흥행 1위’ 등극이 확실시돼 보인다.

‘국보’는 ‘가문의 혈통’이 중요시되는 가부키 세계에서 ‘야쿠자의 아들’이라는 장벽을 넘어 최고 자리에 오르는 배우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스스로를 한국인으로 규정하면서도 일본 사회에 녹아들고자 했던 이상일 감독의 정체성과 고뇌가 투영돼 있다. 특히 피와 전통, 계보에 얽매인 세계를 통해 ‘누가 진정한 가치와 인정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묵직하게 던진 작품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미학적 성취와 깊은 성찰에 대한 격찬과 함께 ‘국보’는 ‘일본 영화 대표작’으로서 내년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에 출품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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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경은 전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는 일본의 젊은 거장 미야케 쇼 감독의 ‘여행과 나날’에서 주연을 맡아 활약했다.

12월 10일 국내에서도 개봉하는 ‘여행과 나날’은 얼마 전 제28회 스위스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표범상과 젊은 심사위원 특별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로카르노 영화제는 1946년부터 이어져 온 권위 있는 작가주의 영화제로, 일본 영화가 이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기는 18년 만이었다.
설국의 한 여관에 머무는 한 각본가의 내면을 사유하는 내용의 ‘여행과 나날’에서 주인공 각본가 역을 맡은 심은경은 섬세한 연기로 영화의 울림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눈 덮인 여관과 해변 등에서 만난 인물들과의 소소한 대화 속에서 자신을 재발견하는 과정을, 침묵과 미세한 표정 변화만으로 묵직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