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계의 주인’ 스틸,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영화 ‘세계의 주인’ 스틸,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윤가은 감독의 독립·예술영화 ‘세계의 주인’이 시네필의 강력한 지지와 호응을 얻으며 극장가 흥행 주역으로 떠올랐다. ‘주인장’이라 불리는 팬덤도 형성됐다. 예술적 완성도에 관객 호응마저 다잡은 명작들에게만 허용되는 각본집까지 나왔다.  

16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개봉한 ‘세계의 주인’이 누적 관객 10만4862명을 넘어섰다.

연내 개봉한 우리 독립 극영화 가운데(애니메이션 제외) 10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은 ‘세계의 주인’을 비롯해 ‘홈캠’(10만7명),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11만8411명)까지 단 3편 뿐이다. 지금의 흥행 추세라면 ‘세계의 주인’은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를 제치고 ‘올해 독립 영화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의 주인’의 흥행이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는 스타 배우 없이 작품 자체의 완성도만으로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와 ‘홈캠’은 독립영화임에도 각각 진서연과 손석구, 윤세아 등 유명 배우들의 출연으로 적잖은 주목을 받았다. 반면 ‘세계의 주인’은 필모그래피가 전무한, 그야말로 ‘생(生) 신인’인 서수빈을 원톱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단편영화 ‘콩나물’·‘세계의 주인’ 각본집, 사진제공|CGV·출판사 안온

단편영화 ‘콩나물’·‘세계의 주인’ 각본집, 사진제공|CGV·출판사 안온

윤가은 감독이 오디션을 통해 발탁한 서수빈은 씩씩하고 거침없는 겉모습 속에 어린 시절 겪은 충격적 사건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품은 고등학생 주인 캐릭터를 자연스럽고 사실감 있게 연기해 ‘올해의 발견’이라는 찬사까지 듣고 있다.  

서수빈의 뛰어난 연기와 이를 더욱 빛나게 하는 섬세한 연출력 등이 관객의 강력한 입소문을 견인했고, 영화를 반복 관람하거나 자발적 홍보에 압장서는 팬덤 ‘주인장’ 형성으로까지 이어졌다.

‘세계의 주인’을 향한 관객의 애정은 ‘우리들’, ‘우리집’ 등 윤가은 감독의 전작뿐만 그의 초기 단편 영화 ‘다시 보기’로도 확대되고 있다. CGV는 20분 분량의 윤 감독의 단편 ‘콩나물’을 12일부터 극장에서 상영하기 시작했다.

영화의 인기는 각본집 출간으로까지 이어졌다. 예약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폭발적 관심을 받은 이 각본집은 온·오프라인 서점의 예술·대중문화 분야에서 베스트셀러 1~2위를 다투고 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