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까지 지어진 아파트, 시공사 부도로 공사 중단
HUG 규정에 발 묶인 입주자들 분통
(화면출처=다음지도 캡처)

(화면출처=다음지도 캡처)


경부선 사상역 인근에서 건설 중인 200여 세대 규모 아파트 공사가 시공사 부도로 2년 넘게 중단되면서 예비입주자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공정률은 이미 91%까지 올랐지만 현장은 사실상 방치 상태다.

입주 예정일은 애초 2023년 6월이었으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입주자들은 “언제 집에 들어갈 수 있을지조차 모른다”며 깊은 절망감을 호소하고 있다. 당시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부산시 사상구의 주상복합 이 아파트의 계약자들에게 분양보증 사고를 공지했다. 신승주택이 시행한 이 단지는 공사가 6개월 이상 중단돼 보증사고가 발생했다.

공사가 멈춘 뒤 예비입주자들이 지난 2년간 부담한 중도금 대출 이자만 1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 단위로도 수십만 원씩 빠져나가 사회초년생·퇴직자 등 취약한 입주 수요층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공사와 시행사는 코로나 시기부터 악화된 자금난을 해결하지 못해 결국 부도에 이르렀고 이로 인해 공사는 ‘올스톱’ 상태로 들어갔다. 관계기관과의 소통도 사실상 단절돼 입주자들은 “이제는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한다.

특히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주택분양보증 규정이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규정상 공정률이 80%를 넘으면 사업에 문제가 생겨도 그동안 납부한 분양대금을 전액 돌려받기 어렵다. 중도금 무이자 대출 혜택을 약속받았던 입주자 대부분은 혜택이 사라졌을 뿐 아니라 중도금 이자까지 떠안게 된 상황이다.

입주자들은 시공사 파산 이후 HUG에 보증사고 접수를 하는 것이 유일한 구제 절차지만, 접수 과정 또한 지지부진해 불안만 가중되고 있다. “보증사고 접수라도 빨리 돼야 공사 재개든 새로운 시공사 선임이든 시작할 수 있는데 아무 진전이 없다”는 것이 입주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공사 중단의 배경에는 건설업 전반의 침체가 자리한다는 분석도 있다. 건설업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중소 시공사와 시행사의 자금난이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고, 그 여파가 고스란히 서민층의 주거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이런 사례가 부산뿐 아니라 전국에서 늘고 있다. 공급 구조 전체의 리스크 관리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입주자들은 심리적 고통도 호소하고 있다. “최소한 한 달이라도 살아보고 싶다”는 절박한 호소는 단순한 요구가 아니라 주거 안정권에 대한 최소한의 바람이라는 것이다. 한 예비입주자는 “전 재산을 넣어 노후 대비하려 했는데, 지금은 대출 이자 때문에 버티기조차 힘들다”며 눈물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공사가 90% 이상 진행된 만큼 사업 정상화를 위한 공적 개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동시에 분양보증 제도 개편 등 HUG 제도의 사각지대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부산 | 김태현 스포츠동아 기자 localbuk@donga.com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