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탑비뇨의학과의원 김도리 대표원장

스탠탑비뇨의학과의원 김도리 대표원장


2024년 초 영국의 국왕 찰스 3세는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한 배뇨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정밀 검사 과정에서 암성 병변이 함께 발견되었다고 알려졌습니다. 

많은 사람이 “암이 있었다면 암부터 치료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전립선암은 악성 종양이고 전이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가장 먼저 평가하고 치료해야 하는 질환입니다. 그럼에도 찰스 3세가 먼저 받은 치료는 전립선비대증을 완화하는 ‘내시경적 교정적 시술(endoscopic corrective procedure)’이었습니다. 이 사례는 전립선비대증과 전립선암이 동시에 있을 때 어떤 기준으로 치료 순서를 정하는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전립선암은 PSA 수치(전립선에서 분비되는 특이 항원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암 가능성이 증가함), MRI 소견(전립선 내부의 결절·의심 병변·침윤 여부를 확인하는 영상 검사), 조직검사 결과, 전이 여부(림프절·뼈 등 다른 장기로 퍼졌는지 확인하는 단계) 등 여러 정보를 종합해 위험도를 판단합니다. 중간·고위험군 이상의 암이라면 방사선 치료, 수술, 호르몬 치료 등이 우선 시행됩니다. 생명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원칙이 모든 환자에게 항상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전립선비대증이 지나치게 심해 소변이 거의 나오지 않거나, 요폐가 반복되거나, 잔뇨로 인해 감염이나 혈뇨가 이어지는 상황이라면 암 치료부터 시작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방사선 치료는 배뇨 기능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아, 원래 배뇨가 불편한 환자에게는 치료 자체가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전립선이 지나치게 큰 경우에는 방사선 치료의 정확도가 떨어져 부작용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어 먼저 비대해진 전립선을 정리해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심한 배뇨장애가 있거나 전립선 크기가 매우 큰 경우, 또는 암이 저위험군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전립선암보다 전립선비대증을 먼저 치료하는 것이 더 적절하게 때도 있습니다. 찰스 3세의 상황도 이러한 예외적이지만 의학적으로 타당한 흐름에 가까운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가 처음 병원을 찾은 이유는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한 증상이었고, 의료진은 우선 배뇨 상황을 안정시키는 방향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왕실이 밝힌 ‘내시경적 교정적 시술’이라는 표현을 고려하면, 조직을 절제하지 않고 요도 통로를 넓혀주는 유로리프트(UroLift) 같은 최소침습 시술이 시행되었을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이 시술은 출혈이 거의 없고 회복이 빠르며 전신마취가 필요 없어 고령 환자에게도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고, 이후 전립선암 치료에도 방해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유로리프트의 기술적 기반을 계승한 프로게이터(progator) 시술도 ‘내시경적 교정적 시술’의 예로 발전하고 있죠.

이번 사례가 중요한 이유는, 찰스 3세가 전립선비대증을 진단받기 위해 시행한 검사 과정에서 암이 발견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전립선비대증을 평가하는 과정 자체가 왜 중요한지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전립선비대증을 진단할 때 기본적으로 진행하는 전립선항원(PSA)검사, 직장수지검사(DRE), 초음파, 요속검사 등은 단순히 비대증 여부만을 확인하는 절차가 아니라 전립선암을 조기에 찾아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선별 과정이기도 합니다.

전립선 초음파는 전립선 크기와 구조, 비대 정도, 잔뇨량 등을 확인하는 데 유용하며, PSA 검사는 전립선암 위험도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필요할 경우 MRI나 조직검사가 추가되어 암 여부를 보다 정확히 확인하게 됩니다. 이러한 기본적인 검사만으로도 비대증의 단계, 암 위험성, 또는 다른 질환의 가능성을 상당히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전립선비대증의 조기 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배뇨 증상이 가볍더라도 방광 기능은 이미 손상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방광근육의 힘이 떨어져 치료해도 회복되지 않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전립선비대증 검사 과정에서 전립선암이 발견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 검사를 미루는 것은 단순한 불편의 문제가 아니라 ‘중대한 질환을 놓칠 위험’과도 연결됩니다. 결국 정기적인 전립선 검진은 중년 이후 남성에게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챙겨야 하는 건강관리 항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전립선 질환의 치료는 “무엇을 먼저 치료해야 하는가”라는 단순한 질문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전립선암의 위험도, 배뇨 상태, 전립선 크기, 환자의 나이, 전신 건강상태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선의 순서를 선택하게 됩니다. 찰스 3세 사례는 이러한 의학적 판단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동시에 전립선비대증 증상을 ‘나이 탓’으로 여기며 방치하지 말고, 조기에 정확한 검사를 받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됩니다. 전립선비대증은 방치하면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뒤에 숨어 있는 더 심각한 질환을 놓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정기적인 검사와 전문의 상담은 건강한 중년 이후의 삶을 지키는 기본이 됩니다.

스탠탑비뇨의학과의원 김도리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