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조선업, 한미 협력 재편의 중심으로
크루츠 부차관보 “대규모 상선 건조 협력 논의” 공개
부산 HJ중공업 영도조선소 전경.

부산 HJ중공업 영도조선소 전경.


미국 상무부 고위급 대표단이 부산 HJ중공업 영도조선소를 찾으면서 지역 조선업계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 상무부 국제무역청(ITA)의 알렉스 크루츠 부차관보가 이끄는 대표단이 최근 HJ중공업 영도조선소를 방문하며 양국 간 조선업 협력의 무게 중심이 단순 정비·유지(MRO)를 넘어 상선 건조 분야까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번 방문은 주부산미영사관 및 상무위원단까지 동행한 ‘고위급 일정’이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HJ중공업 유상철 대표 등 경영진과 함께 도크, 특수선 및 상선 건조라인, 생산 설비를 세밀하게 점검한 크루츠 부차관보는 방문 직후 SNS를 통해 “대규모 상선 건조 협력을 논의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미국 정부 고위 인사가 상선 건조 협력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 발언은 미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한미 공동설명서에서 제시한 조선 분야 실무협의체 운영, 공급망 강화, MRO 협력 확대 등의 정책 흐름과 맞물리며 부산이 미국 해군 및 상무부가 추진하는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낳고 있다.

특히 HJ중공업 영도조선소는 최근 미 해군으로부터 잦은 방문을 받고 있다. 올해 4월 닐 코프로스키 주한미해군사령관이 현장을 찾은데 이어, 9월에는 미 해상체계사령부(NAVSEA) 실사단이 MSRA(함정정비협약) 체결 전 점검을 위해 직접 방문한 바 있다. 업계는 “미국의 ‘현장 중심 판단’이 잇따르고 있다”고 해석한다.

지역 조선 생태계 강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HJ중공업은 지난 7월 부산·경남 조선 전문기업 10개사와 함께 MRO 클러스터 협의체를 구성했다. 이는 MRO 수주 확대에 대비한 공동 대응 체제로, 향후 미국 물량이 본격 유입될 경우 지역 중소 조선·기자재 업체들의 매출과 고용에 직접적인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특히 HJ중공업이 강점을 가진 친환경 상선 건조 기술과 특수선 분야의 노하우는 미국이 추진하는 공급망 재편과도 맞물린다. 조선업계는 미국의 상선 노후화, 항만 물류체계 개선 필요성, 인도·태평양 전략 강화 등을 고려할 때 미국이 아시아 조선소와의 상선 협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HJ중공업 관계자는 “미 해군과 상무부의 잇단 방문은 우리 기술력과 생산 역량을 면밀히 확인한 결과”라며 “친환경 선박 건조, 특수선 기술, MRO 역량을 바탕으로 마스가 프로젝트에서 한 축을 담당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방문이 단순한 ‘예비 점검’이 아니라, 한미 간 조선산업 협력 구조가 재편되는 과정의 신호탄으로 평가되고 있다. 부산 조선업계가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 확대 흐름을 실질적 성과로 연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부산 | 김태현 스포츠동아 기자 localbuk@donga.com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