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중훈이 40년 영화 인생을 유머와 진정성으로 풀어냈다.

박중훈은 23일 밤 방송된 KBS 1TV 무비 토크쇼 ‘인생이 영화’ 게스트로 나서 스크린 데뷔부터 전성기, 그리고 재발견의 순간까지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직접 돌아봤다.

이날 방송은 박중훈의 데뷔작 ‘깜보’로 시작됐다. 거칠고도 명랑한 소매치기 ‘제비’ 역으로 신인 남우상을 거머쥐며 단숨에 존재감을 각인시킨 작품이다. 영화 평론가 라이너는 “박중훈의 연기밖에 눈에 안 들어올 정도로 스크린을 이미 장악했다”고 평하며 데뷔 초부터 완성형 배우였던 박중훈의 기세를 짚었다.

이어 박중훈은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로 급부상한 뒤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최진실과 만들어낸 커플 호흡으로 대중적 인기를 확장했다.

박중훈은 “처음에는 신인이던 최진실의 캐스팅을 반대했지만, 막상 함께 연기해보니 너무 사랑스럽고 예쁘게 연기를 잘해 최진실 신드롬이 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두 배우가 빚어낸 생활 밀착형 로맨스 코미디의 결이 박중훈 필모그래피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는 설명이다.

라이너는 1990년대 박중훈의 전성기를 두고 “1년에 3편씩 영화가 나왔다. 그야말로 ‘박중훈 시대’였다”고 강조했다. 박중훈의 연기 스펙트럼이 로맨스와 코미디에 머물지 않았다는 대목도 이어졌다. ‘우묵배미의 사랑’ ‘게임의 법칙’ 등 사회성이 짙은 드라마부터 홍콩 누아르 감성을 품은 작품까지 장르를 넓히며 배우로서의 결을 단단히 쌓아갔다는 것이다. 특히 ‘우묵배미의 사랑’은 봉준호 감독이 20번 이상 반복해 볼 정도로 높게 평가한 작품으로 언급되며, 박중훈의 깊어진 연기 결을 보여준 대표작으로 다시 조명됐다.

‘내 깡패 같은 애인’도 ‘재발견’의 사례로 다뤄졌다. 출연진은 극 중 “야 어깨 펴고 살아”라는 대사가 밈처럼 회자될 만큼 관객에게 위로로 남았던 장면이라고 짚으며, 박중훈이 쌓아온 생활 연기의 힘을 조명했다.

박중훈은 현장을 버틴 촬영 비하인드도 직접 들려줬다.

‘바이오맨’ 촬영 당시 “하루에 200~300명과 싸우는 인조 인간 역이었다”, “3m 대형 악어가 마취에서 깨어나 실제로 사투를 벌였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당시의 강도 높은 촬영 환경을 생생하게 전했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부둣가 달리기 신에 대해서는 “1km 넘게 밤새 뛰다 결국 토하고 찍었다. 잠도 못 자고 뛰었고 정말 울고 싶었다”며 몸으로 밀어붙였던 순간을 떠올렸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