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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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에 선물 옵션 투자로 5억 원을 잃은 ‘비방 부부’ 사연이 등장해 스튜디오가 충격에 휩싸였다.

24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에서는 22년째 선물 옵션 투자에 매달린 남편과 그로 인해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온 아내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동네 소꿉친구로 만나 54년간 다툼 없이 살아왔다는 부부는 남편의 은퇴 이후 삶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털어놨다.

공개된 화면에서 남편은 모니터 3대와 마우스 4대를 갖춘 이른바 ‘비밀의 방’에서 투자 그래프만 바라보며 몰두했다. 그는 22년 연구 끝에 “걸작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며 위탁 매매 실패 후 직접 투자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하루 20시간씩 붙잡고 연구해왔다며 “기회가 오면 잡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중독의 실체는 심각했다. 남편은 퇴직금 전액을 날린 데 이어 아들들이 마련해준 아내 명의의 집을 몰래 팔아 투자금으로 사용했고, 전세금까지 유용했다. 아내가 돈을 보관하던 금고를 부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자 출연진 모두 말을 잃었다. 결국 잃은 돈은 총 5억 원에 달했다.

아내는 이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고백했다. 남편 때문에 우울증이 악화돼 정신 병동에 입원했고,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이날 아내는 “투자를 계속할 거면 이혼하자”고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남편은 아들의 판단을 요구하며 상황 회피에 가까운 태도를 보였다. 아들은 “컴퓨터를 치워도 곧바로 새로 사서 다시 투자한다”고 하소연했다.

오은영 박사는 남편의 행동을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22년째 사법고시만 준비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남편의 투자 노트에는 단순히 돈이 아닌 인생이 모두 담겨 있어 그만두기 더 어렵다고 분석하며, 중독 치료의 첫 단계인 ‘소거’를 위해 컴퓨터를 모두 치우라고 강하게 조언했다. 또한 남편의 중독만 해결돼도 아내의 우울증은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 위로했다.

방송 말미에는 제작진이 준비한 가상 결혼식 영상이 공개됐다. 남편은 “장장 22년을 허비하며 마음 아프게 해 미안하다. 이 시간부터는 다시는 투자 생각 안 하겠다. 컴퓨터부터 치우겠다”고 약속했다. 오은영 박사는 금단 증상이 가장 심한 1~2주를 버텨야 한다며 건강한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날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은 연말 편성 변경으로 인해 평소보다 이른 밤 9시에 방송됐으며, 다음 주는 연말 특집 편성으로 결방한다. 프로그램은 12월 8일 밤 9시에 다시 방송된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