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투명한 미래’ 린가드가 멱살잡고 서울을 끌고간다…슈퍼스타의 품격, 위기라서 더 반짝반짝

서울 주장 린가드가 25일 상하이 푸동 스타디움서 열린 상하이 하이강과 ACLE 리그 스테이지 원정경기에서 득점한 뒤 원정팬들을 향해 감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제공｜FC서울

서울 주장 린가드(왼쪽)가 25일 상하이 푸동 스타디움서 열린 상하이 하이강과 ACLE 리그 스테이지 원정경기에서 득점한 뒤 원정팬들을 향해 감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제공｜FC서울

‘잉글랜드 특급’ 제시 린가드(33)가 불안정한 시즌 후반부를 보내는 FC서울에 마지막 힘을 불어넣고 있다.

린가드는 25일 상하이 푸동스타디움서 열린 상하이 하이강(중국)과 2025~20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동아시아권역 리그 스테이지 5차전 원정경기에서 2골·1도움의 원맨쇼를 펼치며 서울의 3-1 완승을 이끌었다.

서울은 모든 득점에 관여한 린가드의 활약 덕분에 대회 2승2무1패, 승점 8로 선두권으로 뛰어올랐고, 침체된 팀 분위기를 조금은 바꿀 수 있었다. 서울을 둘러싼 기류는 심상치 않았다. 22일 김천 상무와 K리그1 37라운드 홈경기를 1-3으로 패한 여파다.

12승13무12패, 승점 49에 묶인 5위 서울은 6위 강원FC와 승점 동률이 됐다. 올 시즌 서울의 유일한 목표는 다음 시즌 ACL2 티켓을 얻는 것인데, 30일 전북 현대와 시즌 최종전(38라운드) 결과에 따라 6위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5위를 지켜도 ACL2에 오른다는 보장이 없다. 다음달 6일 코리아컵 결승에서 전북이 광주FC를 이겨야만 가능한 시나리오다. 우선 전북을 이긴 뒤 다시 전북을 응원하는 얄궂은 운명에 놓인 셈이다.

이 와중에 서울은 중국 슈퍼리그 3연패에 성공한 상하이 하이강을 만났다. 마지막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무대인데다 전북 원정을 앞둔 터라 무조건 이겨야 했다. 주장 린가드가 풀죽은 동료들에게 한마디 했다. “이기기 위해 싸우고 또 싸우는 것이 프로페셔널이다.”

‘축구종가’ 잉글랜드대표팀 일원으로 월드컵을 다녀왔고 득점까지 했던 린가드의 이야기에 서울은 하나로 뭉쳤고, 모처럼 시원한 경기를 했다. 그는 득점(후반 3분)→도움(후반 15분)→득점(후반 32분)으로 클래스를 증명했다.

그런데 린가드가 처한 상황만 보면 지금의 활약은 기대이상이다. 서울과 2년 계약이 연말 종료된다. 구단이 권한을 가진 1년 연장옵션이 활성화됐다는 소식은 없다. 거취가 불투명한데 한결같은 자세로 팀에 헌신하고 동료를 아끼는 선수는 드물다.

심지어 린가드는 김천전서도 득점에 성공해 시즌 10호골(3도움)을 달성했다. 2012~2013시즌 프로 데뷔한 그의 한 시즌 최다골은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잉글랜드)에서 뛴 2020~2021시즌의 9골로, 두 자릿수는 처음이다.

린가드는 올해 남은 2경기에도 모든 걸 쏟을 참이다. 전북 원정과 다음달 10일 멜버른 시티(호주)와 ACLE 홈경기다. 남든지, 떠나든지 스스로와 가족, 팬들에게 떳떳하고 싶은 서울 캡틴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