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보증서 무효, 계약 자체 무효” …착공은 없고 돈만 사라졌다
조합 계좌에 남은 금액 고작 200만 원

조합 측이 조합원 모집 당시 제시했던 ‘보증서’. 사진제공=독자제공

조합 측이 조합원 모집 당시 제시했던 ‘보증서’. 사진제공=독자제공



전남 여수의 한 지역주택조합에서 200억 원대의 사기 피해가 발생했다.

조합원 수백 명이 모아낸 거액의 분담금이 토지 매입이나 착공에도 사용되지 않은 채 흔적 없이 사라진 것이다.

조합 측이 조합원 모집 당시 제시했던 ‘보증서’마저 법원에서 무효로 판단되면서,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된 사업은 여수 선원동 일대에서 추진될 예정이던 ‘선원협산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건립 사업이다.

240여 명의 조합원은 1인당 최소 4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이 넘는 금액을 납입하며 착공을 기다려 왔다. 그러나 조합 계좌에 남은 금액은 고작 200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조합원 A씨는 “금액 자체가 적지 않다 보니 속이 타들어간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빌린 돈도 있고, 저도 쫓기는 상황이 있어 너무 힘들다”고 심정을 전했다.

조합 측은 사업 실패 시 분담금을 돌려주겠다는 내용의 보증서를 제시하며 조합원을 모집했다.

피해자 김 모 씨는 “모델하우스도 있고 보증서까지 있으니 믿고 계약했다”며 “반환이 안 될 수 있다고 했으면 한 번 더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법원은 해당 보증서가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조합 측이 총회 의결 없이 환불이 확정된 것처럼 계약을 체결한 점을 지적하며, ‘악의의 수익자’로서 분담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보증서가 무효이고, 조합 가입 계약 자체가 무효라는 의미다.

피해자 측 관계자는 “보증서가 무효라는 사실이 민사 확정판결로 이미 확인됐다”며 “공소장에 적시된 피해자 외에도 대부분 조합원이 허위 보증서를 믿고 가입한 만큼 실제 피해 규모는 수백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문제의 보증서를 발급하고 조합원들의 돈을 유용한 혐의(사기·업무상 배임)로 기소된 조합의 업무대행사는 최근 여수 율촌 지역의 또 다른 아파트 시행사에도 참여했던 사실이 드러나 지역사회 우려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여수|박기현 스포츠동아 기자 localhn@donga.com


박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