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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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글로벌 흥행작들이 유독 한국에서만 ‘1위 왕관’을 쓰지 못하는 기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킨 초대형 시리즈조차 우리나라 차트에서는 정상 등극에 실패하면서 한국이 넷플릭스 해외 콘텐츠의 ‘통곡의 벽’이 됐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기묘한 이야기’는 한국의 높은 벽을 증명한 대표적 시리즈다. 전 세계 10억 시청 시간을 돌파하며 역대 넷플릭스 시리즈 누적 시청 기록 3위에 오른 글로벌 인기 시리즈인 ‘기묘한 이야기’가 한국에서는 기를 쓰지 못하고 있다.

4억 달러(약 5900억 원) 이상의 역대급 제작비를 투입한 ‘기묘한 이야기’ 시즌5는 지난달 28일 공개와 동시에 넷플릭스를 서비스하는 국가 93개국 가운데 92개국에서 시리즈 부문 1위에 직행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단 한 나라 대한민국에서는 5위에 머무르는 데 그쳤다. 한국 1위는 예능 ‘케냐 간 세끼’가 차지했고 2~4위 역시 모두 케이(K)드라마였다.

이러한 현상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기묘한 이야기’ 시즌4 역시 2022년 공개 당시 넷플릭스 서비스 국가 89개국에서 한국을 제외한 88개국 1위를 기록했다.

넷플릭스 역대 시청 기록 2위를 기록하며 ‘기묘한 이야기’와 함께 흥행 쌍두마차로 불리는 ‘웬즈데이’도 마찬가지였다. 올여름 시즌2 공개를 앞두고 팀 버튼 감독과 제나 오르테가 등 주연 배우들이 직접 한국을 찾아 홍보까지 나섰지만 93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1위 달성에 실패했다.

글로벌 흥행작들이 한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 시청자들의 ‘자국 콘텐츠 소비 편중’ 현상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 시청자들의 눈높이와 선호도가 이미 높은 완성도와 대중성을 겸비한 자국 콘텐츠에 압도적으로 쏠려 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이러한 분위기를 ‘난공불락의 케이콘텐츠 성벽’이라고 표현하며 “한국은 최고 수준의 콘텐츠 제작 인프라와 창작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자국 콘텐츠에 대한 몰입도가 높고 소비 피로도는 현저히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역사상 서비스 중인 모든 국가에서 ‘1위 올킬’을 기록한 콘텐츠는 ‘오징어 게임’이 유일하다. 이와 맞물려 관계자는 ‘오징어 게임’의 ‘올킬’ 기록은 “한국이라는 장벽으로 인해 쉽게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