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앞둔 35년 베테랑 경찰, 허위 제보에 명예 실추
모고혐의 고소···‘9일 만에 불송치 경찰 수사 공정성 도마 위

여수경찰서. 사진제공=박기현 기자

여수경찰서. 사진제공=박기현 기자



“말도 안 되는 의혹이었습니다. 7개월 동안 지옥이었습니다.”

35년을 경찰로 살았고, 이제 한 달 뒤면 퇴직이었던 A경감의 한 맺힌 목소리다.

2024년 5월, 전남 여수경찰서를 뒤집어 놨던 ’금품수수·인사청탁 의혹‘ 사건이 지난 1일, 검찰이 무혐의 처분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이 사건의 시작은 지난 5월 여수경찰서 소속 C경감이 같이 술을 마시던 B경위가 “근평 최고 점수를 주기로 하고 A경감에게 돈을 줬지만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담긴 육성을 녹취를 하고 여수경찰서 직장협의회장 K씨가 기자한테 슬쩍 넘긴 ‘녹취록 제보‘ 때문이었다.

검증도 안 된 녹취록을 가지고 언론 보도가 터지면서, A경감은 한순간에 파렴치한 인사로 낙인찍혔다. 경찰이 수사까지 했지만, 검찰은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면서 ‘혐의없음’을 최종 통보했다. 오히려 제보자 K씨가 녹취 내용이 진짜인지 확인도 안 하고 마구잡이로 퍼뜨렸다는 사실만 밝혀졌다.

A경감은 이 의혹 때문에 엄청난 피해를 봤다. “누명 쓴 채로 퇴직할 순 없다”는 절박함 속에 명예를 잃은 건 물론이고, 7개월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고 당뇨까지 심해지는 등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A경감은 명예를 되찾기 위해 허위 녹취록을 유포한 K씨랑, 사실 확인도 없이 보도한 기자들을 상대로 명예훼손이랑 무고 혐의로 맞고소했다.

근데 여기서 또 문제가 터졌다. 이 고소 사건을 맡은 전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팀이 수사 시작 단 9일 만에 ‘불송치’ 결정을 내린 것이다.

A경감은 “국가기관이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사건을 9일 만에 종결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냐?”며 “수사 과정에서 진행 상황조차 전혀 듣지 못했다“며 경찰 수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A경감은 9일 만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했다고 전해졌으며, 추가 법적 조치까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수|박기현 스포츠동아 기자 localhn@donga.com


박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