헥터 비자레알 GM 한국사업장 사장 겸 CEO(왼쪽)가 부평 공장에서 신규 프레스 설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GM

헥터 비자레알 GM 한국사업장 사장 겸 CEO(왼쪽)가 부평 공장에서 신규 프레스 설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GM


[스포츠동아 원성열 기자]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 철수설을 8800억 원짜리 투자로 잠재웠다. GM은 25일 한국사업장에 총 6억 달러(약 8800억 원)를 투자한다고 공식 발표하며 최근 수년간 자동차 업계를 떠돌던 철수 우려를 정면 돌파했다. 미국 고율 관세 여파와 국내 서비스센터 축소 등으로 불거진 철수설이 대규모 현금 투입이라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으로 일단락된 것이다. GM이 한국에 이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는 것은 2020년 경남 창원 공장 투자(약 1조 원) 이후 6년 만이다. 이날 GM 한국사업장은 인천 부평 공장 내 프레스 공장에서 노동조합과 공동 기념 행사를 개최하고 제조 경쟁력 강화 의지를 공식 확인했다. 헥터 비자레알 한국GM 사장 겸 CEO는“이번 투자는 한국에서 개발·생산된 글로벌 차량의 성공과 수익성 확보 노력의 결과”라며 “최첨단 프레스 설비 도입은 제조 현장의 안전과 품질,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전 세계 고객에게 세계 최고 수준의 소형 SUV를 제공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3년 연속 흑자가 밑거름
이번 투자 결정의 배경에는 뚜렷한 실적 개선이 자리한다. GM 한국사업장은 2022년 2100억 원 순이익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뒤 2023년 1조5000억 원, 2024년 2조2000억 원을 기록하며 3년 연속 흑자를 이어왔다. 3년 만에 순이익 규모가 10배 이상 불어난 것이다.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3년 연속 한국 승용차 수출 1위를 차지하고 트레일블레이저 역시 수출 상위 5위권을 유지하는 등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판매 호조가 재무 개선을 이끌었다. 이 같은 수익성 개선이 본사의 추가 투자 결정을 이끌어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은 GM 내에서 두 번째로 큰 글로벌 엔지니어링 센터인 GM 테크니컬센터 코리아가 위치한 전략적 생산·개발 거점이다. 국내 직접 고용 인원만 1만2000명에 달하고, 1600개 이상의 1차 협력사와 연간 37억 달러(약 4조8000억 원) 규모의 부품을 조달하는 국내 최대 외국인투자기업 중 하나다. 2002년 출범 이후 누적 생산량은 1330만 대를 넘어섰다.

●전동화 전략은 여전히 숙제
다만 이번 8800억 원 투자가 내연기관 생산 라인 고도화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중국산 저가 소형 SUV의 빠른 글로벌 시장 침투와 전동화 전환 가속화라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GM 한국사업장의 미래 역할을 어떻게 재정립할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비자레알 사장도 “신규 업체들이 잇따라 GM의 수출 시장에 진입하는 등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며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인정했다. 이번 대규모 투자가 한국사업장의 중장기 생존 전략으로 이어지려면 전동화 관련 후속 로드맵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박상진 한국산업은행 회장은 “2대 주주로서 2018년부터 GM 한국사업장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왔으며, 이번 투자를 통해 앞으로도 GM 한국사업장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중장기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GM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