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담배 회사의 담뱃값 ‘꼼수 인상’

입력 2012-02-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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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필립모리스가 최근 자사의 대표 담배제품인 말보로(사진), 팔리아멘트, 라크, 버지니아슬림의 제품가격을 200원 인상하면서 소비자의 불만을 사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한국필립모리스,말보르 등 4개 제품 값 올려
원자재값 상승 이유…추가수익 1300억 추정
비싼 국산 잎담배 쓰는 KT&G 값은 그대로


요즘 흡연자들의 심기가 극도로 불편하다.

금연을 강요하는 시대에 흡연자로 살아가는 것만도 버거운 판에, ‘울고 싶은데 뺨 때린다’고 담뱃값마저 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필립모리스가 자사의 주요 제품 가격을 200원 인상했다. BAT코리아가 지난해 4월에 가격을 올렸고, 그 1주일 뒤 JT코리아가 따라 인상을 했으니 외국계 담배기업 3사가 모두 담뱃값을 올린 것이다. 3사는 이유도 한 목소리다.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불가피한 인상이란다.

여기서 잠시 수치를 보자. 담배가 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5(전체=1000)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8.5는 소비자 물가품목 중 20위나 된다.돼지고기(24위), 쌀(35위), 우유(38위), 빵(50위)보다 순위가 높다. 전문가들은 2500원짜리 담배 한 값이 200원 오를 경우 소비자물가는 0.0272% 상승할 것이라 보고 있다. 흡연자들의 경제적 부담은 3750억원이 늘어나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필립모리스의 시장 점유율이 17% 정도임을 감안하면 이번 인상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결코 적다 할 수 없다.

문제는 인상 뒤에 감추어진 ‘꼼수’다.

한국필립모리스는 “말보로, 팔리아멘트, 라크 , 버지니아 슬림 등 4개 제품에 한해 부분적으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얼핏 들으면 부분적으로 가격을 인상해 소비자의 이해를 구하는 듯싶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인상 제품의 매출구성비를 보면 지난해 한국필립모리스 매출의 99%였음을 알 수 있다. 99%에 달하는 제품 가격을 인상해 놓고 ‘부분적 인상’이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꼼수인상’을 통해 한국필립모리스가 얻을 추가이익은 13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인상 이유로 든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도 명분이 약하다.

우리나라 담배기업 KT&G의 경우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생산성과 품질향상을 통해 극복하겠다며 담배가격을 인상하지 않기로 했다. KT&G는 국산 잎담배를 전량 구매해 사용한다.

반면 한국필립모리스는 수입 잎담배를 사용한다. 국산 잎담배는 수입 잎담배보다 2∼3배가량 비싸다. 전량 수입 잎담배에 의존하는 한국필립모리스가 국산 잎담배를 사용하는 KT&G보다 원가 부담률이 높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최근 3년간 국내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해마다 1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둬왔다.

지난해의 경우 순이익 940억원을 배당금으로 국외로 보냈다.

국내 담배 관계자들은 한국필립모리스가 생산성 향상을 통해 원가를 절감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인상을 하는 것은 결국 외국 본사로 보내는 배당금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꼼수’의 피해는 고스란히 정직한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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