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내가 모은 기금, 내가 원하는 수혜자에 전달”

입력 2013-11-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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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이 직접 기금 조성에 참여하고 수혜자를 선정하는 KT&G의 ‘기부청원제’가 한 단계 발전한 기업의 기부문화로 주목받고 있다. (맨 위로부터) 기부청원제로 도움을 받은 수혜자가 KT&G에 보내 온 감사편지, 지역문화재를 보호하는 KT&G의 대표적인 사회봉사활동인 ‘문화재지킴이’ 활동에 나선 임직원들, 복지기관 경차 1000대 지원을 기념해 100대의 경차로 꾸민 ‘1000’. 사진제공|KT&G

■ KT&G 신개념 기업 기부문화 ‘기부청원제’

기부하고 싶은 곳을 사내전산망에 제안
추천 댓글수 200개 이상이면 청원 채택
기금운영위 심사 통해 기부금액 등 결정

도입 후 수혜자 9명에 총 5000만원 지원


강원도 평창의 작은 임대아파트에서 월세로 살며 빠듯한 삶을 꾸려가던 전 씨 부부. 두 명의 아이가 자폐증을 앓고 있어 어려운 형편에 아이 하나를 친척집에 맡길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부부는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왔다.

지난 3월 5일은 이들 부부에게 특별한 날이었다. 기다리던 아홉 번째 막내 정우(가명)가 세상의 빛을 본 것이다. 하지만 건강하게 세상에 태어난 정우를 얻은 기쁨은 잠시. 정우가 태어난 지 열흘 만에 새벽 청소 일에 나섰던 남편 박씨가 화물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를 당했다. 갑작스런 남편의 사망 소식에 전씨는 가슴이 무너져 내렸지만 눈앞에 아른거리는 아이들을 보며 눈물조차 마음껏 흘릴 수 없었다. 지원의 손길을 찾아 해당 군청에 연락을 취해봤지만 돌아오는 소식은 암담했다. 남편의 교통사고에 대한 형사·민사상 합의금이 있을 경우, 차상위 수급자 선정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연락을 받게 된 것이다.


●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전 씨에게 희망을 준 KT&G ‘기부청원제’

이 때 전씨에게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내민 이는 KT&G 강원본부에서 근무하는 박용주 과장이었다. 박 과장은 지인으로부터 전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 듣고 얼마 전 회사에서 도입한 ‘기부청원제’를 떠올렸다.

‘기부청원제’는 KT&G 임직원들이 주위 어려운 이웃에 대한 사연을 사내전산망에 올리고, 이를 추천하는 댓글 수가 200개 이상일 경우 청원내용을 채택하는 제도이다. 채택 후에는 직원들로 구성된 기금운영위원회의 심사를 통해 기부금액 등 제반사항을 정하는 KT&G의 독창적인 기부제도이다.

기부청원제에 활용되는 기금은 상상펀드. KT&G는 2011년부터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매월 급여의 일부를 기부한 금액에 회사가 동일 금액을 매칭(Matching)하고, 추가로 임직원들의 자원봉사를 시간당 1만원으로 환산하여 조성하는 사회공헌기금인 ‘상상펀드’를 조성해 운용해왔다.

사내 전산망에 올라온 전씨의 막막한 사연에는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25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청원이 채택되자 KT&G 사회공헌부에서는 가정방문을 통한 실사와 기금운영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전씨에게 긴급지원금 1000만원을 전달했다.

KT&G 기부청원제 포스터



● 한 단계 발전한 신개 기부문화로 조명

지난 3월 기부청원제를 도입한 이래 KT&G는 전씨를 포함해 전국 각 지역에서 올라온 안타까운 사연의 수혜자 아홉 명을 선정해 총 5000만원을 지원했다. 다문화 가정에서 심장병을 앓고 있는 초등학생 노모 양, 아버지의 사업부도로 동생들을 뒷바라지하며 교사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교육대학생 안모 군, 선천성 평발로 거동이 힘들지만 과학자가 꿈이라는 중학생 송모 군 등이 그들이다.

지금까지 대기업 임직원들이 기부금 조성에 나선 사례는 있었지만, 수혜자 선정까지 직원들이 나서서 참여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임직원들이 직접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 자신들이 손수 모은 기금의 수혜자를 선정하는 KT&G의 ‘기부청원제’는 한 단계 발전한 기업의 기부문화로 평가되고 있다.

KT&G 이응출 사회공헌부장은 “KT&G의 기부청원제는 모금은 물론 수혜자 선정과 지원금 산정까지 모든 과정에 직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기부시스템”이라며 “임직원들에게 자발적인 나눔을 통한 자아실현의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기업과 사회의 상생문화 조성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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