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쇄 대출 중단 우려, 실수요자 발동동”

입력 2021-10-11 18: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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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시중은행 대출 증가율 5% 임박
전세자금 대출 9개월 만에 15.68% 상승
KB·우리, 지점별로 대출 한도 지정
토스뱅크도 대출잔액 60%에 육박
“수요 지속되면 대출 한시 중단될 것”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에 연말 은행권의 연쇄적 대출 중단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금융당국 목표치(5~6%)의 턱밑까지 차올라 대출 한도가 점점 줄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당장 가을 이사시즌을 맞아 자금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이 대출 절벽에 내몰리고 있는 점이다.

가계대출 증가율 4.97% 상승

7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3조4416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말 670조1539억 원 대비 4.97% 늘어난 규모로, 금융 당국이 제시한 증가율 목표(5¤6%)에 임박한 수치다.

은행별로 보면 NH농협은행의 증가율이 7.14%(126조3322억→135조3581억 원)로 가장 높았다. 다만 11월말까지 일부 주택담보대출의 취급을 중단하면서 9월말 대비 증가율이 0.14%p 감소했다. 하나은행은 9월말 대비 0.04%p 상승한 5.23%(125조3511억→131조9115억 원)로 집계됐다.

9월말까지 4.89%로 4%대를 유지했던 KB국민은행도 일주일 만에 0.17%p 상승한 5.06%(161조8557억→170조0402억 원)를 기록하며 5%대를 넘겼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9월말 대비 각각 0.2%p, 0.14%p 오른 4.24%(130조3528억→135조8842억 원), 3.16%(126조2621억→130조2476억 원)으로 집계됐다.

종류별로는 올해 들어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이 5.09%(473조7849억→497조8958억원), 신용대출이 10.14%(117조5013억→129조4215억원) 불었다. 특히 전세자금대출이 9개월여 만에 105조2127억 원에서 121조7112억원으로 15.68% 늘었다.

대출 문턱 높이는 은행권

이처럼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자 은행들은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15일부터 전세대출 한도를 ‘임차보증금(전셋값) 증액 범위 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전셋값이 1억 원 올랐으면 1억 원 내에서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최근 지점별로 대출 한도를 정해놓고 한도가 바닥나면 해당 지점의 추가 대출을 중단하도록 했다. 5일 출범한 토스뱅크의 경우 영업 개시 일주일도 되지 않아 대출잔액이 전체 대출 한도의 60%인 3000억 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만간 대출 중단이 불가피해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이런 강력한 조치에도 가계대출 속도가 충분히 떨어지지 않을 경우, 은행들이 속속 신규 가계대출을 연말까지 중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8월 NH농협은행이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 관련 신규 대출을 전면 중단한 데 이어, 카카오뱅크가 8일부터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일반 전·월세보증금대출, 직장인 사잇돌대출 등의 신규 대출을 중단한 것이 대표적 예다.

이 같은 무차별적인 대출 규제에 대해 실수요자들의 아우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부동산 잔금 납부를 앞뒀거나 전세 세입자 등 대출 수요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11월 이사를 앞둔 직장인 A씨(34)는 “지난주 집 매매 가계약을 했고 11월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전세자금대출이 막혀 큰일이다. 은행에서는 11월 초에 한도를 알아보고 연락을 준다는데 어디서 융통을 해야 하나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생애최초 주택구입 꿈 물거품 집단 대출 막혀 웁니다’, ‘전세대출 규제 제발 생각해주세요’ 등 대출 규제와 관련한 청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집값, 전셋값 상승으로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수요는 기본적으로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 은행이 강하게 가계대출을 줄이면, 풍선효과 탓에 다른 은행들로 수요가 몰려 경쟁적으로 대출을 축소하다가 결국 가계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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