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패션 위크 무대에 선 AI 아티스트 ‘틸다’

입력 2022-02-15 17:24: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뉴욕 패션위크’에서 특별한 아티스트의 특별한 의상이 공개됐다. 인공지능(AI) 휴먼이 디자이너와 협업해 선보인 의상이다. 의상 속 이미지 패턴을 만든 주인공은 세계 첫 초거대 AI 기반 아티스트 ‘틸다’였다. 틸다는 LG AI연구원의 초거대 AI ‘엑사원’으로 구현한 첫 번째 AI 휴먼이다.

지금까지 나온 가상 인간들과 달리 스스로 학습해 사고하고 판단하며, 기존에 없는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고 인간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다.


●‘금성에 핀 꽃’ 박윤희 디자이너와 협업


틸다는 이번 뉴욕 패션위크에서 박윤희 디자이너와 손잡고 ‘금성에서 핀 꽃’을 모티프로 디자인한 의상을 선보였다. ‘무엇을 그리고 싶니’, ‘금성에 꽃이 핀다면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에 틸다가 기존에 보지 못한 새로운 이미지들을 창작하고, 여기서 영감을 받은 디자이너가 디테일을 더해 의상을 제작하는 방식으로 협업했다. 200여 개 의상은 틸다가 ‘금성에 핀 꽃’이라는 주제로 창작한 3000장이 넘는 이미지와 패턴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박윤희 디자이너는 “뉴욕 패션위크같은 큰 무대에 서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다”며 “새로운 디자인과 영감을 찾기 위해서 몇 달 전부터 수십 명의 디자이너와 컬렉션을 준비해야 했는데, 이번에 틸다와 함께 작업하며 한 달 반 만에 모든 준비를 끝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협업은 초거대 AI가 주로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소설이나 에세이, 칼럼 등 텍스트로 된 콘텐츠 창작을 해왔던 것을 넘어 비전 모델을 통해 시각 분야로 창작의 범위를 넓히고 실제로 활용한 첫 사례라는 데 의미가 있다. 틸다는 입력된 언어 맥락까지 이해해 기존에 없는 이미지를 창작할 수 있는 ‘멀티모달 AI’로, 디자인 이미지들을 학습해 유사한 화풍 또는 브랜드 디자인 콘텐츠를 만드는 기존 AI들과 기술적으로도 차이가 있다.

LG는 “말뭉치 6000억 개 이상, 텍스트와 결합된 고해상도 이미지 2억5000만 장 이상의 데이터를 학습한 초거대 AI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친환경 패션 브랜드 론칭


이번 컬렉션은 전 세계 패션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데뷔 무대도 뉴욕 패션위크에 참가하는 디자이너들이 가장 서고 싶어 하는 메인 스테이지인 스프링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틸다는 이번 패션위크 일정을 마무리한 뒤 독자적인 친환경 패션 브랜드를 론칭할 계획이다. 또 고객들이 초거대 AI를 메타버스에서 만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할 예정이다. 특히, 환경 문제에 대한 고민 의식을 가진 Z세대들과 소통하는 ‘AI 아티스트’로 활동한다.

LG AI연구원 관계자는 “올해 안에 틸다가 가진 철학을 담은 독자적 패션 상품들과 아트작품들을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직접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며 “Z세대와 직접 소통하며 다양한 창작을 함께 해볼 수 있는 메타버스도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LG AI연구원은 틸다를 시작으로 향후 제조와 연구, 서비스, 교육,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을 돕고, 인간과 협력하는 전문가 AI 휴먼을 만들 계획이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엑사원은 언어와 이미지 간의 양방향 데이터 생성을 최초로 구현한 초거대 AI로, 이번 뉴욕 패션쇼는 엑사원을 기반으로 만든 AI 휴먼 엔진을 탑재한 틸다의 잠재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다”며 “인간과 협력하는 ‘상위 1% 전문가 AI’의 또 다른 형태인 틸다를 통해 다양한 협업 모델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