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기식 시장, 4년만에 6조 규모 ‘폭풍 성장’

11월 말 합작법인 협약식을 진행한 대상웰라이프의 서훈교 대표이사(오른쪽)와 시노팜인터내셔널 CFO이자 시노팜헬스케어 총재 리하오. 대상웰라이프는 70조 규모 중국 건기식 시장 공략을 위해 하이난성에 생산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제공｜대상웰라이프

코로나 이후 ‘셀프 메디케이션’ 새 트렌드

올해 건기식 구매 경험률 83%
가구당 약 35만8000원 지출
51∼60세 이상 비중 17% 껑충
대상웰라이프 등 중국 진출도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이 ‘셀프 메디케이션’(건강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소비), ‘헬시 플레저’(즐기면서 건강관리) 등 코로나 이후 생겨난 새로운 라이프 트렌드에 힘입어 거칠 것 없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회장 정명수)는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 올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를 6조1429억 원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5조6902억과 비교해 8%나 늘어났다.


●4조8000억서 4년 만에 6조 원대↑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산업의 여러 분야가 성장에 부침을 겪었지만, 건기식 시장의 성장세는 변동없이 견고하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4조8000억 원 규모였던 건기식 시장은 4년 만에 약 25% 가까이 커졌다. 건기식 구매자도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올해 구매 경험률은 82.6%로 지난해와 비교해 0.7% 늘어났다. 특히 2021년부터 나타난 소비력(평균 구매액) 강화 흐름이 올해도 계속되면서 가구당 연간 약 35만8000원을 건기식 구매에 지출한 것으로 추산됐다.

건기식을 먹는 연령대도 가족뿐만 아니라 개인 건강에 맞춰 관리하는 추세를 반영해 공동취식과 개인취식 시장이 같이 성장했다. 올해는 51∼60세 이상(16.5%), 61세 이상(10.7%)의 비중이 늘었다. 건강관리나 취미생활에 적극적인 ‘액티브 시니어’ 시장의 중요성이 커진 것으로 평가됐다.

구매 금액을 기준으로 2022년 인기가 높았던 기능성 원료를 살펴보면 전통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홍삼이 1위를 지키는 가운데 비타민(종합 및 단일 비타민), 프로바이오틱스, EPA-DHA 함유 유지(오메가-3), 체지방감소제품, 단백질보충제, 당귀추출물, 콜라겐, 프로폴리스 순이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비타민과 오메가-3 시장의 비중이 커졌고 단백질보충제도 액티브 시니어 시장이 커지는 영향으로 성장세를 보였다. 기타 시장(복합제품 등)도 홍삼에 버금가는 1조4000억 원 규모로 커졌다.

광동제약이 건기식 시장의 고급화, 맞춤상품 선호에 맞춰 론칭한 약국전용 건기식 브랜드 ‘프리미엄 포커싱’. 사진제공｜광동제약

●중국 등 해외진출도 적극

시장이 매년 꾸준하게 성장하면서 건기식 분야에 진출하는 기업들도 늘었다. 특히 전통적인 제약사와 식품업계가 올해 다양한 장르로 건기식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광동제약의 경우 최근 약국 전용 건기식 브랜드 ‘프리미엄 포커싱’을 론칭했다. 광동제약의 약사전용 온라인몰 ‘KD-Shop’을 통해 신청한 약국에만 공급한다. 셀프메디케이션 트렌드에 맞추어 소비자의 고급화, 맞춤상품 선호 경향을 겨냥한 행보다

유한양행도 프리미엄 건기식 브랜드 와이즈헬스의 라인업을 강화해 피부 건강을 돕는 건기식 ‘와이즈헬스 스킨클리어 로즈마리’를 출시했다. 코로나 사태로 새롭게 유망 분야로 떠오른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운영하는 올라케어도 해당 업계에선 최초로 건기식 PB브랜드 ‘올라잇’을 론칭했다. 플랫폼 기업의 장점을 활용해 시장 수요가 많은 칼슘&마그네슘, 프로폴리스, 히알루론산&비타민C 등의 제품군을 구성했다.

국내시장 성장세를 발판으로 해외진출에 적극 나서는 기업도 있다. 대상웰라이프는 7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 11월 중국 시노팜그룹과 손을 잡았다. 대상웰라이프는 2018년 대상에서 분사해 현재는 대상그룹 지주사 대상홀딩스의 자회사다. 균형영양식(환자용 식품) 브랜드 ‘뉴케어’, 단백질 전문 브랜드 ‘마이밀’, 건기식 브랜드 ‘웰라이프’, 라이프 뷰티 브랜드 ‘엄마의 목욕탕 레시피’ 등을 보유하고 있다.

대상웰라이프는 11월 말 중국 최대 제약그룹 시노팜그룹의 자회사 시노팜인터내셔널(중국국제의약위생유한공사)과 현지 합작법인 설립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앞으로 양사는 중국 하이난성 단저우시 양푸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글로벌 생산 인프라와 경쟁력을 갖춘 특수의료용도식품 및 건기식 생산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중국에서는 당뇨 등 만성질환 발병률이 증가하면서 특수의료용도식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특수의료용도식품에 대한 해외 기업의 진출 문턱을 낮춰 시장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서훈교 대상웰라이프 대표이사는 “70조 규모의 중국 건기식 시장에서 시노팜그룹과 협력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강화하게 됐다”며 “대상웰라이프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