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공모채 흥행, 최윤범 리더십 재입증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온산제련소 내 게르마늄 설비 신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진행한 공모채 발행 수요예측이 대흥행을 기록하며 금융시장에서 높은 신뢰를 입증했다. 모집금액 3500억 원을 목표로 한 이번 수요예측에는 2조5500억 원이 몰리며 경쟁률 7.28대 1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발행 규모를 최대 7000억 원까지 확대하고, 금리를 민평 대비 20~26bp 낮출 수 있게 됐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흥행이 최윤범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의 경영능력에 대한 신뢰로 해석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실적 개선과 사업 확장에 성공하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었다는 분석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3년물 1500억 원 모집에는 1조5950억 원이, 5년물 2000억 원 모집에는 9550억 원이 몰렸다. 이에 고려아연은 3년물 3500억 원, 5년물 3500억 원으로 증액 발행을 검토 중이다. 각각 금리를 개별민평 대비 26bp, 20bp 낮출 수 있는 수준이다.

특히 글로벌 경기 둔화와 경영권 분쟁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이런 결과를 얻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업계는 “채권 투자자들이 현 경영진의 경영 안정성과 향후 실적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고려아연은 올해 초 정기·임시주총에서 영풍·MBK의 이사회 진입 시도를 막아내며 경영권을 수성했다.

실적 또한 꾸준히 성장세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2조529억 원, 영업이익 7235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24.2%, 9.6%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7조658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9% 늘었고, 영업이익은 5300억 원으로 16.9% 상승했다.

이 같은 성과는 고려아연이 장기간 추진해온 기술개발과 사업 다각화의 결과로 풀이된다. 회사는 아연·연·구리 등 기초금속뿐 아니라 정광 속 금·은·비스무트·인듐 등 귀금속과 희귀금속을 추출하는 고도화 기술을 확보했다.

또한 최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로 희귀금속 가격이 급등하면서 실적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금 가격은 킬로그램당 작년 10만 원 수준에서 올해 상반기 14만 원까지 상승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번 공모채 본평가에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로 희소금속 가격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고려아연은 중단기적으로 견조한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최윤범 회장이 주도하는 신사업 전략 ‘트로이카 드라이브’ 역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고려아연은 신재생에너지(그린수소), 자원순환(폐배터리), 2차전지 소재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왔으며, 반도체 핵심 원료인 게르마늄과 갈륨 생산 설비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2027년 12월까지 약 557억 원을 투자해 울산 온산제련소 내에 갈륨 회수 공정을 신설할 계획이다. 이보다 앞서 지난 8월에는 미국 방산기업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 및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2028년까지 연간 10톤 규모의 게르마늄 생산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