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의 뚝심 있는 리더십이 SK그룹의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HBM 등 고부가 반도체 호조에 힘입어 올해 수출 120조 원 달성이 유력시된다.  최태원 회장이 21일 일본 도쿄대 야스다 강당에서 개최된 ‘도쿄포럼2025’에서 개회사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제공 |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의 뚝심 있는 리더십이 SK그룹의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HBM 등 고부가 반도체 호조에 힘입어 올해 수출 120조 원 달성이 유력시된다.  최태원 회장이 21일 일본 도쿄대 야스다 강당에서 개최된 ‘도쿄포럼2025’에서 개회사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제공 |SK그룹


SK그룹이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의 기록적인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연간 수출 120조 원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폭증이 그룹 전체의 실적을 견인하며, 대내외적인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국가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평가다.

25일 SK그룹이 발표한 수출 실적 집계에 따르면 3분기까지의 누적 수출액은 87조 8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기 실적이었던 73조 7000억 원 대비 20% 가까이 급성장한 수치다. 이러한 파죽지세의 성장 흐름이 4분기까지 이어진다면, SK그룹은 지난해 기록했던 102조 5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어 사상 최대인 120조 원대의 금자탑을 쌓게 될 것이 확실시된다. 단순한 수치 개선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의 최전선에서 이뤄낸 질적 성장이라는 점에서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HBM이 견인한 ‘수출 영토’ 확장
SK그룹의 수출 고공 행진은 단연 SK하이닉스가 주도했다. AI 시대의 필수재로 꼽히는 고부가가치 메모리 반도체, 특히 HBM이 전 세계적인 품귀 현상을 빚으며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실제 데이터가 이를 증명한다. 지난해 그룹 전체 수출의 54%(55조 2000억 원)를 책임졌던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까지 그 비중을 65%(56조 7000억 원)까지 끌어올리며 그룹 내 수출 기여도를 대폭 확대했다. 이는 SK그룹이 2년 연속 수출 100조 원을 돌파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동력이 되었다. SK하이닉스의 독보적인 수출 실적은 개별 기업의 성과를 넘어 대한민국 수출 전선에도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3분기 국가 전체 수출액은 1850억 달러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0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HBM을 포함한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 등이 466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체 수출을 견인했다는 사실은, SK하이닉스의 기술력이 곧 국가 경쟁력으로 직결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슈퍼사이클 도래와 함께 SK하이닉스의 선제적인 기술 투자가 맞물려 폭발적인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이다.

● 법인세 납부 45배 급증
단순히 제품을 많이 파는 데 그치지 않고, 막대한 법인세 납부와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국가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SK하이닉스의 경영 성과는 고스란히 국가 재정 기여로 이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까지 납부한 법인세는 무려 4조 3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동기 납부액인 940억 원과 비교하면 약 45배나 폭증한 수치다. 최근 세수 부족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국가 재정 확보에 ‘가뭄의 단비’ 역할을 하고 있다. 주식 시장에서의 위상 또한 공고하다. 실적 호조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기업 가치 증대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했다.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24일 종가 기준 379조 원을 기록하며 국내 상장 기업 중 부동의 2위를 지키고 있다. 시가총액 300조 원대 안착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반도체 업황 회복과 AI 반도체 시장 지배력에 대한 시장의 강한 신뢰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최태원 회장의 ‘딥 체인지’ 적중
재계에서는 이러한 전방위적 성과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일관되게 추진해 온 ‘딥 체인지(근본적 혁신)’ 노력의 결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과거 에너지와 정보통신(ICT) 위주였던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반도체와 AI, 바이오라는 미래 성장 엔진을 과감히 장착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2012년 당시 그룹 안팎의 우려 섞인 시선 속에서도 SK하이닉스 인수를 강행했던 최 회장의 결단은 그룹의 운명을 바꾼 ‘신의 한 수’로 평가받는다.  

미래 성장 사업을 발굴하고, 한계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며, 적자 기업을 흑자로 전환시키는 SK그룹 특유의 구조적 혁신 역량이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SK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SK그룹은 AI, 반도체, 에너지, 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를 중심으로 과감한 투자와 고용을 이어가며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며 “2028년까지 국내에 128조 원을 투자하고 연간 8000명 이상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목표를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