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시스템이 2일 제주 서귀포시 하원동에 준공한 제주우주센터의 모습. 사진제공 |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이 2일 제주 서귀포시 하원동에 준공한 제주우주센터의 모습. 사진제공 |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이 제주 서귀포시에 국내 민간 기업 최대 규모의 위성 제조 허브인 ‘제주우주센터’를 준공하며 ‘뉴스페이스’ 시대를 향한 거대한 닻을 올렸다.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자본 100%로 구축된 이번 센터는 대한민국 우주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핵심 거점으로 평가받는다. 2일 열린 준공식에는 손재일 대표이사를 비롯해 오영훈 제주도지사 등 300여 명의 관계자가 참석해 한국형 위성 생산 기지의 탄생을 지켜봤다. 축구장 4개 크기에 달하는 광활한 부지 위에 세워진 이 첨단 기지는 단순한 공장을 넘어, 위성 개발부터 조립, 성능 시험까지 원스톱으로 수행 가능한 완결형 생태계를 갖췄다. 내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가 연간 100기의 위성을 생산해낼 이곳은, 글로벌 우주 경쟁에서 한국의 입지를 단숨에 끌어올릴 전략적 요충지가 될 전망이다.

●축구장 4배, 첨단 위성 허브
제주우주센터는 대지면적 3만 ㎡(약 9075평), 연면적 1만 1400㎡(약 3450평) 규모로 조성됐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이어진 공간에는 위성 개발 및 조립장, 통합 시험장 클린룸, 우주환경 시험장 등 최첨단 설비가 촘촘히 들어찼다. 특히 우주 극한 환경을 모사하는 열진공(Thermal Vacuum) 시험과 안테나 성능을 정밀 측정하는 근접전계(Near-Field Range) 시험 장비는 위성의 완벽한 품질을 보증하는 핵심 자산이다.

주력 생산 제품은 고성능 SAR(합성개구레이다) 위성이다. 주야간과 악천후를 가리지 않고 지상을 정밀 촬영할 수 있는 SAR 위성은 안보와 자원 탐사 등 다방면에서 활용도가 높다. 한화시스템은 이미 1m급 해상도 위성 발사에 성공한 저력을 바탕으로, 현재 0.5m 및 0.25m급 초고해상도 위성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나아가 지구 상공 400km 이하 초저궤도에서 15cm급 식별이 가능한 VLEO 위성 기술까지 확보해 기술 초격차를 벌린다는 구상이다.

●제주서 쏘고, 구미서 만든다
제주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위성 제조와 발사가 동시에 가능한 지리적 이점을 지녔다. 사방이 트인 바다 덕분에 최적의 발사 각도와 낙하 구역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시스템은 이러한 입지 조건을 십분 활용해 위성 개발부터 제조, 발사, 관제, 그리고 AI 영상 분석 서비스에 이르는 전체 밸류체인을 제주 한곳에서 완성할 계획이다. 이는 물류 비용 절감과 공정 효율화를 동시에 달성하는 ‘신의 한 수’로 꼽힌다.

송성찬 우주사업부장은 “순수 민간 자본으로 일궈낸 제주우주센터는 K-우주산업의 기회와 가치를 창출하는 전초기지”라고 강조했다. 한화시스템은 앞서 확장 준공한 구미 신사업장과 이번 제주우주센터에 총 1000억 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구미를 ‘방산 수출의 심장’으로, 제주를 ‘미래 우주산업의 두뇌’로 삼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글로벌 방산·우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석이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