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8일 아들 이지호 씨의 장교 임관을 축하하기 위해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139기 해군·해병대 사관후보생 수료 및 임관식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명예관장.      뉴시스

지난해 11월 28일 아들 이지호 씨의 장교 임관을 축하하기 위해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139기 해군·해병대 사관후보생 수료 및 임관식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명예관장. 뉴시스



[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 삼성 오너 일가의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상속세 납부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며 삼성의 지난 5년을 관통해 온 큰 과제 하나가 정리 국면에 들어섰다.

삼성 오너 일가는 이건희 선대회장 별세 이후 2021년부터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상속세를 나눠 내왔다. 총상속세 규모는 12조원 이상으로, 5년 동안 6회에 걸쳐 나눠서 내는 방식이다. 현재까지 5회차 납부가 완료됐고, 마지막 납부 기한은 4월로 예정돼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의 삼성전자 주식 처분 신탁 계약이 알려지며 상속세 납부가 최종 단계에 들어섰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홍 명예관장은 9일 신한은행과 삼성전자 주식 1500만주에 대한 유가증권 처분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신탁 계약 기간은 6월 30일까지다. 계약일 종가 기준으로 약 2조 원대 규모다. 홍 명예관장은 해당 계약의 목적을 ‘세금 납부 및 대출금 상환용’이라고 명시했다.

재계에서는 4월로 예정된 마지막 상속세 납부를 앞두고 재원을 마련하는 절차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 흐름을 보이면서 실제 처분 금액은 계약 당시보다 늘어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건희 선대회장이 유족들에게 남긴 유산은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SDS 등 계열사 지분 19조 원과 부동산, 미술품 등을 포함해 26조 원 수준으로 평가됐다. 이에 따라 유족들에게 부과된 상속세는 12조 원 이상으로 책정됐다.

상속세 부담은 홍라희 명예관장이 약 3조1000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2조9000억 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2조6000억 원,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2조4000억원 순으로 알려졌다.

홍 명예관장과 이부진 사장, 이서현 사장은 그동안 보유 지분 매각과 주식담보대출 등을 통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해 왔다. 지난해 10월에도 세 사람은 삼성전자 주식 1771만6000주를 신탁 계약 형태로 매각해 약 1조7000억 원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세 모녀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모두 낮아졌다.

반면 이재용 회장은 상속 이후 보유 주식을 매각하거나 주식담보대출을 활용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2021년 9월 삼성전자 주식 583만5463주와 삼성물산, 삼성SDS 주식을 납세 담보로 서울서부지법에 공탁했으나, 이를 활용한 대출이나 매각은 하지 않았다. 현재 이 회장은 삼성전자 지분 1.65%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상속세 납부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재계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정리 이후’에 쏠리고 있다. 다만 이는 구조나 경영 전략의 변화보다는, 환경이 정리된다는 의미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그동안 삼성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에는 상속세라는 배경 설명이 따라붙었다. 주식 매각 가능성이나 배당 정책, 지분 변동에 대한 해석 역시 상속세 재원 마련과 연결돼 언급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상속세 납부가 끝나면 이런 설명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다.

지배 구조를 바라보는 시선도 한층 단순해질 수 있다. 상속세 납부 기간에는 지분 유지 여부가 세금 문제와 함께 거론됐지만, 완납 이후에는 경영과 전략의 문제로만 해석될 여지가 커진다. 자금 운용을 둘러싼 시장의 시선 역시 달라질 수 있다. 상속세 납부 기간에는 배당금과 금융 조달이 모두 세금 재원이라는 맥락 속에서 해석됐다. 완납 이후에는 같은 자금 흐름이라도 보다 일반적인 경영 판단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재계에서는 상속세 완납이 삼성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기보다는, 지난 수년간의 과제를 정리하는 의미가 크다고 보고 있다. 상속 이후 이어져온 과정이 마무리되면서, 삼성 역시 보다 단순한 조건 속에서 경영과 전략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