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희라“무대아니면언제또차여보겠어요”

입력 2008-02-14 09: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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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 난 딸을 둔 전직 댄서 출신의 서른네 살 뉴요커 폴라. 영화배우인 동거남과 함께 캘리포니아에 가서 결혼할 꿈에 부풀어 있지만 남자는 영화에 캐스팅되자마자 달랑 편지 한 장 남겨놓고 혼자 떠난다. “굿바이∼” 늘 남자들에게 ‘굿바이’만 당하는 ‘굿바이 걸’ 폴라. 다음 달 28일 막을 올리는 로맨틱 코미디 ‘굿바이 걸’(김달중 연출)의 여주인공으로 10년 만에 뮤지컬에 컴백하는 하희라(39)가 맡은 캐릭터다. 11일 연습실에서 그를 만났다. ―실제로는 차여본 적이 없을 것 같다. “그렇다.(웃음) 난 열아홉 살 때 만난 첫사랑과 결혼했으니까. 나는 엄마가 돌봐주다가 그 다음은 매니저인 언니, 그 다음은 결혼과 함께 최수종 씨한테로 ‘바통 터치’ 됐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결혼한다니까 언니가 ‘우물 안 개구리’라고 좀 더 세상 경험을 해보라고 말렸는데 ‘난 그냥 개구리로 평생 우물 안에서 보이는 만큼의 하늘만 보고 살아도 괜찮다’고 고집해서 결혼했다. 연애 한 번 못해 보고 결혼하게 한 게 미안했는지 최수종 씨가 더 잘해 주는 거 같다.” ―1998년 ‘넌센스’ 이후 처음 하는 뮤지컬인데…. “원래 목표는 2년마다 한 번씩 무대에 서는 건데 여의치 않아 무척 오랜만에 서게 됐다. 극은 5년 전 모노드라마를 한 번 했었다. 그동안에도 꾸준히 들어오는 뮤지컬과 연극 대본은 챙겨서 봐왔다. 앞으로는 꼭 2, 3년 만에 한 번씩은 연극이든 뮤지컬이든 할 생각이다. 무대에 서는 건 큰 공부가 되니 사실 나를 위해 무대에 서는 거다.” 차이기만 하는 싱글맘 역 그는 연습실에서 작은 녹음기를 계속 들고 다녔다. “노래가 많은 작품인 데다 극중 대사 중간에 멜로디 없는 반주에 맞춰 갑자기 노래가 들어가기도 해서 음을 잡기 어렵다. 반주만 따로 녹음해 눈뜰 때부터 잠들 때까지 종일 틀어놓는다.” 뮤지컬은 오랜만이어서인지 노래에 신경을 많이 쓰는 듯했다. 연습을 막 끝낸 그에게 노래를 한 곡 청했더니 흔쾌히 다시 피아노 앞에 가서 한 곡을 불러줬다. 무리 없이 노래를 끝낸 그를 지켜보던 제작사 관계자는 “키(음높이)가 안 맞으면 음악감독이 다 맞춰서 편곡할 수 있다고 했는데도 워낙 성실해서 혼자서 다 연습해 온다”며 “연습 전에 따로 개인 보컬 레슨까지 받았다”고 귀띔했다. 연습전 개인 보컬레슨 열성 ‘굿바이 걸’은 미국의 인기 작가 닐 사이먼의 작품으로 이번이 국내 초연.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상대역은 요즘 뮤지컬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는 정성화가 맡았고 감초 연기로 인기를 모으는 최나래가 조연으로 합류했다. 섹시하고 외모만 번드르르한 남자에게 빠지던 폴라가 진정한 사랑을 찾는 이야기를 아기자기하게 그렸다. 20대 로맨틱 코미디는 이미 넘쳐나지만 이번 코미디는 30대 ‘싱글맘’이라는 점에서 40대 여성들도 즐길 만하다. 연예계 소문난 ‘잉꼬부부’(또는 닭살부부)답게 최수종은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아내를 위해 요즘도 연습실에 먹을거리를 사들고 불쑥 나타나는 등 여전히 ‘깜짝 이벤트’를 벌인다. 5년 전 모노드라마를 할 때 두 달 내내 최수종은 객석에 앉아 있었다. 하루는 맨 앞줄 오른쪽 끝자리, 다음 날은 왼쪽 끝자리를 옮겨 다니면서. “양쪽 끝에서 기를 불어넣어 주려고” 그랬단다. “매일 똑같은 공연 봐도 하나도 안 지루하다”면서. 이번 공연에는 남편에게 오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살짝 웃으며 그가 덧붙였다. “키스신도 있는데 신경 쓰이거든요.” 6월 15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백암아트홀. 02-501-7888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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