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나’죽어야산다?…주요배역50여명중30여명‘죽고또죽고’

입력 2008-03-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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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월화 사극 ‘왕과 나’가 1일 63회를 마지막으로 10개월 간의 대장정을 마감한다. 기획 단계부터 국내 최초로 궁중 내시의 삶과 사랑을 조명한 드라마로 관심을 모은 작품. 특히 연출자 김재형 감독과 MBC ‘이산’ 이병훈 감독과의 맞대결로 사극 팬들의 기대를 한 껏 모았다. 하지만 극 중반 부터 불거진 쪽대본 문제는 급기야 유동근 폭행 파문으로 커져 많은 논란을 낳기도 했다. 총 제작비 160억원. 주요 배역만 2백50여명, 보조출연자까지 포함하면 연인원 5000여명이 출연한 대작인 ‘왕과 나’의 파란만장한 행보를 정리해 봤다. ○ 독살·자결·사약… 시종일관 ‘피바람’ ‘왕과 나’는 고정 배역 연기자 50여명 중 30여명이 죽음으로 하차한 이색 기록의 드라마다. 1회부터 세조(김병세), 김자명(이일재) 내시 최설리(양동재)의 죽음으로 시작하더니, 4회 예종(유민호), 30회 노내시(신구), 46회 설리(전혜빈)가 독살로 하차했다. 61회 조치겸(전광렬), 57회 정한수(안재모), 53회 오상궁(양정아)이 자결로 드라마에서 물러났다. 19회 공혜왕후(한다민), 51회 정희왕후(양미경), 54회 성종(고주원), 62회 인수대비(전인화)는 왕손답게 병으로 차분한 죽음을 맞이했다. 배역들의 ‘피바람’은 마지막 회까지 계속된다. 이미 61회때 연산군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엄귀인(한소정) 정귀인(윤혜경)에 이어 63회에는 처선(오만석), 이공신(이현), 처선의 내시 친구 4인방, 양성윤(김명수)이 죽음을 맞는다. 중종반정이 터지면 연산군 측근 김자원(강재), 임사홍(임병기), 장녹수(오수빈)도 마지막 회에 처절한 최후를 맞이할 예정이다. ○ ‘쪽대본’이 부른 어두운 기록, 유동근 파문 드라마 ‘왕과 나’는 지난 해 12월 탤런트 유동근이 담당 PD 2명을 폭행한 어두운 기록도 갖고 있다. 극중 인수대비를 맡고 있는 전인화의 남편 유동근은 드라마 촬영장에서 이른바 ‘쪽대본’ 문제로 언성을 높이다 주먹을 휘둘렀다. 방송 전 8회까지 완성됐던 ‘왕과 나’ 대본은 13회부터 완성고가 아닌, 몇 장씩 대본이 나오는 이른바 ‘쪽대본’으로 몸살을 알았다. 월요일 방송할 내용을 토요일과 일요일에 촬영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왕과 나’ 캐스팅 디렉터 정치인씨는 “배우 스태프 모두 쪽대본에 대해 상당히 아쉬워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전작 ‘불멸의 이순신’은 대본이 방송보다 10회나 앞서 있어 모든 준비를 한 달 전에 마칠 수 있었다. 급작스러운 날씨 변동에도 유연할 수 있었고, 캐스팅에도 심혈을 기울일 수 있었다. 배우들 또한 연기 준비에 만전을 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왕과 나’ 캐스팅 디렉터 정치인씨는 “배우 스태프 모두 쪽대본에 대해 상당히 아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 “쪽대본 쯤이야”… 빛발한 중견의 힘 하지만 이런 저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던 것은 결국 전광렬, 전인화, 양미경 등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력이었다. 제작진은 이들 덕분에 쪽대본의 파행을 넘길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드라마 후반부에 투입돼 전체 분량의 1/3을 차지하는 긴 대사를 쪽 대본으로 소화한 김태우의 흡입력 있는 연기력은 제작진의 많은 찬사를 받았다. 초반 시청률 견인의 수훈갑 유승호, 박보영, 주민수 아역 3인방, 안정된 연기력으로 3회분에서 10회분으로 출연 분량을 키운 신예 한다민, ‘왕과 나’를 통해 가수에서 연기자로 도약한 이진 등은 ‘왕과 나’가 낳은 또 하나의 가능성이다. ○ ‘나’보다 ‘왕’이 돋보였던 ‘왕과 나’ 내시 처선의 삶과 사랑을 보여주겠다는 기획 의도는 중 후반으로 흘러갈수록 힘을 잃었다. 극의 중심에는 처선(오만석) 보다는 조치겸(전광렬)이 자리해 궁중 암투와 갈등을 드러냈다. 드라마의 한 관계자는 “기존 사극에 비해 내시의 비중이 많았지만 주인공 역할로 약했던 점을 인정한다. 사극의 시대적 배경을 설명하기 위한 왕을 그리다 보니 원래 취지가 소홀해지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유나기자 ly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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