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암기송’‘우리결혼했어요’비밀‘팍팍’파헤쳐보자

입력 2008-04-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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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짜여진연기? A.대본따로없어요
평일 밤 늦은 시간 남녀 연예인들이 함께 사우나를 즐긴다. 목욕 가운을 입고 둘러앉은 연예인들의 끝없는 수다가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평소 보기 힘든 연예인들의 ‘생얼’과 거침없는 입담에 시청자들은 밤이 깊어가는 줄 모른다. 주말 오후에는 연예인들이 신혼부부 설정으로 안방극장을 찾아온다. 함께 생활하고 잠자리에 드는 모습까지 있는 모습을 다 보여준다. ‘저러다 정말 정 드는 거 아니야?’하는 의심을 할 정도로 리얼한 모습을 공개한다. KBS 2TV ‘해피투게더’의 ‘도전 암기송’과 MBC'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우리 결혼했어요’. 스타들이 ‘생얼’로 등장해 사전 각본없이 펼치는 토크와 연기가 요즘 인기를 얻고 있다. ‘과연 사우나 온도는 진짜 60도인지...’ ‘알렉스와 신애 커플이 사는 곳은 어딘지...’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는 프로그램의 비밀을 ‘스포츠동아’가 대신 물어봤다. ◆ 도전 암기송 ●Q 목욕탕 대관료는 ? A 하루 매출 기준 서울 영등포구 신길6동에 위치한 W목욕탕. 유재석은 입장하면서 만원을 낸다. 그러면 주인아주머니는 6500원을 거스름돈으로 내준다. 그럼 과연 출연진들은 실제 요금을 지불할까? 한마디로 ‘아니다’. 설정이다. 목욕탕에 입장하는 것부터 각본이다. 녹화는 매주 토요일 진행된다. 당일 하루 목욕탕을 통째로 빌린다. 장소 사용료는 이 목욕탕의 하루 매출을 기준으로 한다. 제작진은 실제 비용을 밝히지 않았다. 인근 목욕탕 업주들이 “우리가 더 저렴하게 빌려 줄 테니 장소를 바꿔보라”는 전화를 많이 해온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W목욕탕에 견제 아닌 견제(?)도 들어온다는 것. 업주 측에 따르면 이 목욕탕의 하루 이용객은 평균 400명이다. ●사우나 촬영은 남탕? 여탕? ‘캐비닛 토크’, ‘도전 암기송’을 촬영하는 장소는 여자목욕탕 탈의실과 여자사우나이다. 출연자들을 위한 분장실은 따로 없다. 옷은 목욕탕 화장실에서 갈아입은 뒤 남탕에서 대기하다가 여탕으로 이동한다. 목욕탕의 리얼한 상황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카메라와 조명 이외에 별도로 세트나 장비를 추가하지 않는다. 촬영이 시작되면 5평 남짓한 여자 탈의실은 스태프와 출연진들로 꽉 찬다. ●깜짝 고백무대? 탤런트 이한위는 19살 연하의 신부와 결혼하는 사실을 이 사우나 안에서 처음 공개했다. 염경환도 이혼의 아픔을 겪은 뒤 현재 홀로 아들을 키우고 있으며,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있다고 깜짝 고백했다. 윤해영은 쌍꺼풀 수술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기자회견도 아니고 이런 비밀 얘기를 오락프로그램에서 공개하는 것에 제작진과 시청자들 모두 놀란다. 하지만 이런 고백은 설정이 아니라 출연자들이 즉석에서 공개한 사실들이다. 제작진은 “편안하게 입고 무릎을 맞대고 얘기하다 보니 심리적으로 거리를 좁히는 효과가 있다. 출연자들이 속 얘기를 숨기지 않는 묘한 전통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아이돌 그룹보다 인기 좋은 중견 연기자들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2월 14일 방송된 송대관, 공형진, 심은진 편이었다. 송대관, 공형진의 화려한 입담과 개그맨 L군이 심은진에게 대시한 사연을 공개해 시청률 22.8%(AGB닐슨 조사)를 기록했다. 제작진은 “밤늦게 방송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중장년층이 즐겨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출연자들의 연령이 높아지면서 위력을 발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진행자 유재석, 박명수, 신봉선과 더불어 박미선이 중견 연예인들과 잘 어우러져 뒷심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박미선의 편안함과 풍부한 말거리는 폭넓은 연령대의 시청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이는 노사연-이무송 부부, 김지영-남성진 부부, 이경실 등 실제 삶 속에서 나오는 ‘생활 수다’로 이어졌다. 결국 이들의 진솔한 토크와 오락성이 인기 예능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게 된 비결이라는 것이 자체 평가다. 이정연기자 annjoy@donga.com ◆ 우리 결혼했어요 ●네 커플이라 산만해? ‘우리 결혼했어요’는 가상의 결혼을 통해 미혼남녀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 코너를 연출하는 MBC 예능국 전성호 PD는 “저도 결혼을 해서 알지만 연애할 때 보는 조건이 있고, 결혼하면서 보는 조건이 있다. 연애 상대로 적합한 사람이 결혼하면 변할 수도 있다”며 결혼 생활을 통해 정형돈-사오리, 앤디-솔비, 크라운제이-서인영, 알렉스-신애 등 네 커플, 여덟 명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이 코너가 4쌍을 모두 보여주느라 산만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 PD는 “결혼했을 때 다양한 타입을 보여주고 싶었다. 커플 수가 많아 시간이 많이 필요했고 방영시간도 길어졌다. 두 커플로 축소하면 사람들만 보일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정형돈이 가장 한국적인 남자 제작진은 방송 전 사전 인터뷰 통해 8명의 성격과 생활 형태 등을 파악했다. 전 PD에 따르면, 정형돈-사오리 커플이 가장 현실적이다. 특히 정형돈에 대해 “전형적인 한국남자의 모습”이라며 다른 커플들도 실제로 결혼하면 정형돈-사오리 커플처럼 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오리는 무뚝뚝하고 게으른 남편을 챙겨주고 이를 현명하게 넘길 수 있는 점 때문에 정형돈과 짝이 됐다. 이들과 대조적인 짝은 로맨스가 철철 넘치는 알렉스-신애 커플. 캐나다에서 살다 온 알렉스가 배려심이 많아 선수(?)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도 순수하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매번 티격태격하는 서인영-크라운제이 커플과 솔비-앤디 커플은 젊은 부부 느낌을 보여준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면 전 PD의 말에 수긍이 간다. 5년차의 한 주부는 “처음엔 안 그랬는데 지금 우리 남편 모습이 정형돈과 똑같다”고 했고, “우리 부부도 저런 때가 있었구나”라며 신혼시절을 그리워하는 시청자도 많다.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다. 알렉스와 신애 커플의 집은 경기도 분당의 전원주택을 하루씩 빌리고 다른 커플은 레지던스 호텔 등에서 찍는다. 촬영은 격주로 16시간 정도 진행한다. 또한 일산 MBC스튜디오에서 5시간 이상 추가 촬영을 한다. 8명의 출연진을 찍기 위해 촬영장에는 많은 카메라가 부착돼 있고, 수십명의 스태프가 매달린다. 하지만 제작진은 구체적인 스태프 수나 촬영 비법 등의 공개를 거부했다. 노하우까지 공개해 시청자들의 몰입을 떨어뜨리게 하고 싶지 않다는 것. 물론 대본이 따로 없다. 전성호 PD는 “결혼 생활에서 부딪치는 상황들을 제시하고 8명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고 말했다. ●결말은 이혼 결혼의 반대말은 이혼. 그렇다면 이 코너의 끝도 이혼일까. 전 PD는 “일단 6일 방송분에서 정형돈과 사오리가 위기를 맞는다. 어차피 부부끼리 생기는 상황이라 현실성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말’은 정해지지 않았다. 갈라서는 커플 하나만 빠질지, 전원이 교체될지는 아직 논의되지 않고 있다. 정기철기자 tom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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