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를찾아서]한해원“성공투자비법은‘복기’주식일지에대박있죠”

입력 2008-04-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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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기사 한해원은 바쁘다. 바둑을 두어야 바쁜 프로기사지만 한해원은 바둑판 위가 아닌 바둑판 밖에서 훨씬 더 바쁘게 산다. 그렇다고 바둑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바둑을 두지 않고도 얼마든지 바둑으로 인해 바쁜 삶이 어떠한 것인지 보여주고 있다. 박지은이 세계대회 우승으로 ‘바둑퀸’에 올랐다면, 한해원은 ‘방송의 여왕’이다. 4년 째 KBS바둑왕전 진행을 맡고 있다. 국제대회인 삼성화재배와 TV바둑 아시아선수권전의 고정 진행자이다. 케이블채널 바둑TV에서는 세계 최대 바둑리그인 한국 바둑리그와 한국물가정보배의 ‘진행퀸’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한해원은 요즘 들어 활동의 ‘폭’을 넓혔다. 방송의 여왕으로 부족했는지 이번에는 재테크 쪽이다. ‘그래? 그런가 보지’하고 넘기기엔 미안할 정도로 내공이 쌓여있다. 가까운 지인들조차 모르고 지냈던 한해원의 재테크 솜씨는 KBS ‘폭소클럽’의 ‘부자 되세요’ 출연으로 확대 재생산됐다. 방송에 나와 당당히 ‘승률 80%’를 자랑하는 그녀를 만나 ‘돈 되는 얘기’를 나눠 보았다. - 정말 80% 승률입니까? 믿기 어려운데요. “사실이에요. 계산을 해보니 지난 5년간 연평균 최저 수익률이 35%더라구요. 이 정도면 괜찮은 타율이죠?” - ‘부자 되세요’에 출연했을 때 가까운 사람들이 제일 놀랐다고 하더군요. 언제 그렇게 재테크 공부를 했습니까? “관심을 갖게 된 건 좀 됐어요. 고등학교 때 친할머니, 외할머니가 뇌졸중으로 잇달아 쓰러지셨죠. 병원비가 많이 들었어요. 어린 마음에도 ‘경제적인 대비를 하고 살아야겠구나’싶었죠. 재테크에 관련된 사이트를 정말 ‘무식하게’ 뒤졌어요. 전문가들의 글이란 글은 모두 읽고 동호회도 가입했지요. 그러다 보니 조금씩 눈이 떠지더라구요. 신문이 특히 많이 도움됐어요.” 한해원은 포털사이트 다음의 재테크 동호회 회장을 5년째 맡고 있다. 슬쩍 물어보니 소문 듣고 찾아온 사람들의 돈도 관리해준 모양이다. 아무래도 부담이 되어 어느 정도 수익을 올려놓고는 매각을 권유했다. 지금은 가까운 사람들에게 조언을 해 주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 프로기사인데, 바둑을 안다는 것이 투자에 도움이 되던가요? “물론이죠. 전 프로기사들이 주식을 하면 다들 잘 할 거라 믿어요. 프로기사들은 우선 찬스를 기다리는 데 익숙하죠. 참을성이 강해요. 심리게임에 능하죠. 그리고 복기가 습관이 되어 있어요. 투자는 복기를 꼭 해야 돼요. 이겼으면 다시 이기기 위해, 졌으면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복기를 해야 하죠. 그래서 전 투자자들에게 주식일지를 쓰라고 말합니다. 결과만이 아니라 투자 당시의 느낌까지 모두 적어야 하지요. 사실 주식투자는 복기 속에 답이 다 들어있어요.” 바둑은 인내심과 함께 수를 깊이 읽는 능력을 키워준다. 또한 바둑의 고수일수록 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간명한 눈’을 갖는다. 한해원은 주식 역시 무규칙적으로 보이지만 큰 흐름에서 보면 ‘정석’과 같은 움직임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고 한다. - 주위를 보면 주식으로 성공한 사람보다는 실패한 사람이 훨씬 더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집을 살 때는 공부도 많이 하고 발품도 팔죠. 그런데 왜 주식은 그러지 않죠? 마찬가지인데. 그리고 사람들이 소위 ‘대박’을 너무 노려요. 주식은 로또가 아니거든요. 공부를 해야 해요. 적어도 대차대조표 정도는 볼 수 있어야죠. 어려울 것 없어요. 가계부와 원리가 같거든요. 이것만 이해할 수 있어도 절반은 되는 거에요.” 한해원은 재테크의 ‘생활화’를 강조한다. 무엇이든 습관을 만들어버리는 게 좋다. 길을 가도 동네 상권부터 관찰한다. 주식투자에 이어 땅 투자, 요즘은 부동산 경매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너무들 조급하신 거 같아요. 심리싸움에서 먼저 지고 들어가는 거죠. 승부는 의외로 길어요. 연복리 계산 한 번만 해보면, 당장은 손해인 것처럼 보여도 의외로 그게 아닌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 분들에게 이창호의 바둑을 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느려 보이고 마냥 참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회다 싶으면 절대 놓치지 않거든요. 세상의 수많은 바둑천재들이 이창호의 이 기다림의 덫에 얼마나 많이 무너졌는지는 여기서 새삼 말씀드릴 필요가 없겠죠?” 한해원의 투자 전략 비결은 ‘정도(正道)를 묵묵히 가라’에 가깝다. 우량주를 위주로 하면서 소위 ‘정보’보다는 스스로의 분석을 믿는다. 전문가들의 의견과 글에 눈과 귀를 기울이되 자신과 ‘궁합’이 맞는 멘토를 찾는 일이 중요하다. 수입이 괜찮은 편이면 분산투자를 하고 수입이 적을 경우 주식이면 주식, 부동산이면 부동산, 한 우물을 파는 것이 요령이다. “대개 보면 ‘난 돈이 없어서 투자를 못 해’하시는 분들이 많죠.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저도 처음에 시작할 때는 800만원으로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작게 시작해도, 어느 순간 수익이 눈덩이처럼 불어가는 것을 느끼시게 될 거에요. 제일 중요한 것은 쉬지 않는 공부! 그리고 기다릴 줄 알고, 승부 후에는 반드시 원인분석을 하고 넘어가시라는 거죠.” 바둑의 프로 한해원은 어느새 재테크의 프로가 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녀는 순한 외모하고는 딴판으로 엄청난 싸움바둑을 둔다. 바둑도 그렇지만, 돈 버는 일에 관해서도 그녀를 우습게 알다간 한해원의 ‘가시’에 찔려 아픈 손가락을 빨아야할 것이다. 양형모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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