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가이드]손가락수술비가1억8000만원?

입력 2008-04-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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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민간의료보험제도에‘분노’…돈없어고통받는환자모습에‘눈물’
화끈한 콘서트, 감미로운 뮤지컬, 아니면 반전의 묘미 가득한 스릴러 영화? 아니다. 이번 주말 ‘스포츠동아’의 강력 추천작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 공포, 안도의 한숨, 터져나오는 웃음 속에서 진한 여운을 남기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다. ‘화씨 9.11’ 마이클 무어의 새 영화 ‘식코’다. 병원비가 없어 다리에 난 상처를 직접 꿰맨다. 손가락 두 개가 잘렸다. 봉합하는 데 약지는 1억2000만원, 중지는 6000만원이 필요하다. 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중지는 과감히(?) 포기한다. 청각을 잃을 위기에 빠진 아기, 돈이 없어 한쪽 귀만 수술해야 한다. 이 쯤 되면 아프리카의 어느 후진국 얘기가 아닐까. 하지만 그렇지 않다. ‘식코’ 속 오늘의 미국이다. 제목 '식코‘(Sicko)는 환자를 뜻하는 속어. 마이클 무어는 이번 영화에서도 직설적인 화법으로 미국 식코들의 고통을 고발한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의료보험이 아닌 민간의료보험제도를 구축한 미국의 현실은 ’식코‘ 속에서 끔찍하다. 키 155cm에 몸무게가 80kg이라 의료보험 가입이 안 되는 여성의 모습에선 눈물이 난다. 새 정부의 의료보험 민영화 추진 움직임을 무심코 흘려들었던 우리에게 ‘식코’가 더 이상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닐 수도 있다고 느낀다면 이 영화에 주목할 만한 이유로서 충분하다. 국가 주도 의료보험제도를 ‘공산주의’라고 비난하는 어이없는 정치인, 국가의료보험제도 속 영국 의사들은 가난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미국인 등 마이클 무어의 위악한 듯 보이는 위트에 쓴웃음을 짓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경호 기자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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