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희의G레터]온라인게임개발자들의열정

입력 2008-04-0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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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영화는닮은꼴
많은 이들처럼 나 역시 최근 극장에서 ‘추격자’를 보고 감탄해마지 않았다. 이후 탄탄한 시나리오, 신선한 기획, 자연스러운 연기, 제작진에 대한 투자자의 믿음과 그에 부응하는 제작진의 열정 등등 ‘추격자’ 관련 기사를 흥미롭게 읽으면서 또 한번 나는 영화와 온라인게임의 꼭 닮은 시스템을 되새길 수밖에 없었다. 영화 감독이 ‘차기작에서는 어떤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다’는 아이디어를 갖고 투자자를 찾듯이 온라인게임은 PM(프로젝트 매니저)이 ‘다음은 이런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기획을 갖고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다. 영화처럼 온라인게임도 장르가 있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이라 번역되는 ‘MMORPG’(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playing game), 비교적 손쉽게 할 수 있는 ‘캐주얼게임’ 같은 광범위한 장르가 있는 반면, ‘3D 호러 무협’, ‘3인칭 비행슈팅대전’, ‘2D 액션 RPG 아케이드’ 등 차별화된 포인트를 홍보하기 위한 창조적 장르도 많다. 영화를 ‘코믹 잔혹극’, ‘액션 호러 판타지’ 같은 부제로 장식하는 것처럼 말이다. 주로 회사 소속인 온라인게임 PM들은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기획안이 채택 되면 스태프를 꾸린다. 손발이 맞는 프로그래머, 시나리오와 전체 틀을 짜는 기획자, 그래픽 디자이너 등을 선별해서 팀을 꾸리는 과정은 영화 감독이 촬영 감독, 시나리오 작가, 배우를 찾는 모습과 유사하다. 영화인들처럼 온라인게임 개발자들은 무수한 어려움에 부딪힌다. 특히 일정이 지연되면 자연스레 제작비가 많이 들어 압박도 심해지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엄습한다. 두려움은 당연한 것이지만, 초기의 기획의도에 충실했던 게임, 유행을 좇기보다는 정말 만들고 싶었던 게임, 개발자들이 실패라는 단어를 떠올릴 틈도 없이 열정적으로 작업에 임한 게임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흥행. 이것만큼 양 산업 종사자들을 가슴 떨리게 만드는 단어가 있을까? 내가 만든 작품을 많은 이들이 사랑해주는 것. 영화처럼 온라인게임도 정식서비스 이후의 초기 흥행과 입소문이 장기적인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친다. 초반 대대적인 마케팅·홍보로 약진하다가 며칠 만에 시들해지는 게임들이 얼마나 많은지. 온라인게임 중에서도 자본을 대거 투입한 대작이 의외로 게이머들에게 외면을 받는 데 반해, 조용히 시작했다가 갈수록 뒷심을 발휘하는 알짜 게임들이 최근에 속속 눈에 띄고 있다. 물론, 온라인게임은 10년 넘게 게이머의 사랑을 받는 장수제품이 있는 등 수명이 영화보다 훨씬 길다는 점, 영화에는 없는 꾸준한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는 점 등 영화와의 차이점도 당연히 많다. 다만 가상현실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짜릿한 재미를 경험하게 하려는 온라인게임 개발자들이 꿈을 실현해나가는 과정은 영화인들과 비슷하다. 이런 온라인게임 개발자들의 열정, 언젠가는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리라. 액토즈 소프트 홍보팀장 스포츠 기자를 그만두고 유학을 꿈꾸다 현실의 벽에 부딪쳐 홍보판에 뛰어든 별난 여인 뒤늦게 빠진 게임의 매력에 밤새는 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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