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홀릭]정여울의C·S·I“무한도전과1박2일의공통점은?”

입력 2008-04-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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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없는‘무한입담’…애드리브자체가흥미의원천
‘무한도전’, ‘1박 2일’, ‘무한걸스’, ‘라인 업’ 등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첫째, 그들은 무형식의 형식을 추구한다. 꽉 짜인 각본도, 방송용 가식이나 내숭도 없다. 애드리브가 양념이나 액세서리에 그치던 시대를 지나 이제 애드리브 자체가 흥미의 원천이 되었다. 둘째, 캐릭터 하나하나가 자신의 약점을 오히려 매력 포인트로 잡고 있다. 자학과 자기비하, 상대의 결점에 대한 무한공격이 입담의 진원지다. 셋째, 고삐 풀린 자막의 ‘무한작렬’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자막은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등장인물의 ‘꼼수’와 ‘잔머리’를 낱낱이 까발린다. 뒤풀이에서나 가능한 막말과 독설 자체가 ‘무한도전’을 비롯한 요즘 인기를 끄는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공통적 언어관이다. 그러나 가장 흥미로운 공통점은 바로 ‘타임머신’ 기능이다. ‘무한도전’을 보는 동안은 시청자 모두 일곱 살 어린이의 감성으로 돌아간다는 것. 마음껏 떼쓰고 심술부리고 티격태격 싸우는 유아적 놀이 문화야말로 체면치레와 눈치 보기에 지친 한국인들에게 해방감을 주는 요소 아닐까. 우리 모두 ‘상꼬마’가 될 수 있는 리얼 버라이어티쇼의 숨은 콘셉트는 사실, 처절한 생존의 법칙이 도사린 무한 서바이벌 게임에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굴욕도 마다 않는 그들의 생존 게임은 유머 뒤에 애잔하게 숨은 삶의 그림자다. ‘식신’ 준하의 ‘땡깡’, ‘하찮은 형’ 박명수의 호통, 정형돈의 ‘편집’ 울렁증(자신의 장면이 편집될까봐 전전긍긍하는 정형돈의 귀여운 소심증)등은 ‘그들도 우리처럼’ 살아남기 위해 자존심을 무한경쟁 주식회사의 전당포에 맡겼음을 확인케 한다. 그들은 무한경쟁의 예능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한겨울 바다로 뛰어들고, 겨자 간장 식초를 들이마시고, 오장육부를 꺼내 보이는 심정으로 ‘양·가’로 얼룩진 생활 기록부를 공개한다. 이런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의 가장 조건 없는 사랑을 받는 캐릭터는, 바로 ‘상근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쇼를 보는 동안은 우리는 모든 사회적 중력으로부터 벗어난 어린이다. 그러나 ‘쇼’가 끝나면 우리는 고단한 일상으로 귀환한다. 하지만 상근이에겐 돌아가야 할 다른 곳이 없다. 그는 언제나, ‘1박 2일’이나 CF에 출연할 때조차도, ‘인간의 중력’을 벗어난 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안티 없는 스타가 바로 상근이라는 점도 그가 인간의 인기와 화폐와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이기 때문은 아닐까. 인간이기 때문에 견뎌야 하는 이 모든 아수라에서 비껴난 상근이야말로 이 시대 최고의 해피 가이가 아닌지. 상근이야말로 재테크 열풍, 펀드의 추락, 연예인 스캔들, 검색어 1위 경쟁, 물가상승, 날이 갈수록 공포를 더 해가는 범죄의 재앙 속에서 자유로운 영혼이 아닐까. 우리는 상근이를 ‘사랑’하기보다는 ‘질투’하는 것이 아닐까. 정여울 | 문화, 문학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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