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용·왕영은의행복한아침편지]불어터진라면속쫄깃한사랑

입력 2008-04-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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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갑상선 수술을 받았습니다. 며칠 째 집에서 요양을 하고 있었는데, 수술 후유증 때문인지 기운도 없고 몸 움직이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런 제가 안쓰러웠는지 남편은 제 뒤만 졸졸 따라다니며 뭐 먹고 싶은 거 없냐고 물어봤습니다. 저는 “웬일이래? 평소엔 먹고 싶은 거 없냐고 한 번도 안 물어 봤으면서?” 하면서 괜히 툭 던지는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한 밤중에 누워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불쑥 라면이 먹고 싶어졌습니다. TV 속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라면을 먹고 있는 모습이 나오는 겁니다. 그래서 갑자기 그 라면이 너무 너무 먹고 싶어졌습니다. 옆에 누워있는 남편을 툭 치면서, “여보! 자?” 하고 물어봤더니 남편이 얼른 일어나서 “왜? 왜? 어디 아파?” 하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아니 아픈 게 아니라, 당신 밤참 생각 안 나? 당신 뭐 좀 먹어야지” 하고 슬쩍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이 남자 눈치도 없이 “아니야. 난 괜찮아. 자다가 많이 아프면 나 깨워” 하고 도로 누워 눈을 감아버렸습니다. 얼른 “아니 사실은 라면이 먹고 싶은데, 당신이 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얘기하라고 했잖아. 그래서 얘기하는 거야” 하고 운을 띄워 봤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라면이 건강에 해롭다면서 단 칼에 거절을 하는 겁니다. 물론 수술 받고 요양 중이니까 그런 인스턴트 음식이 안 좋을 수는 있습니다. 그래도 너무 먹고 싶어서 남편을 다시 한 번 졸라 봤습니다. 그랬더니 남편도 가만히 생각을 해 보더니, 알았다고 하면서 주방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도대체가 라면이 올 기미가 없습니다. “벌써 끓여도 라면 3개는 더 끓였겠다” 하고 주방에 가봤더니 남편이 라면 봉지에 있는 라면 끓이는 법을 유심히 보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인지 혼자 끙끙거리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모른 척 하고 다시 방에 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잠시 후 남편이 라면 한 그릇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물이 어찌나 많은지 그야말로 한강물이었습니다. 면은 완전히 퉁퉁 불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들리는 남편의 한 마디! “일부러 안 맵게 하느라 물을 많이 부은 거야. 매우면 몸에 안 좋은 거라잖아. 면도 일부러 더 오래 끓여서 그런 거야. 원래 죽 먹어야 하는데 당신이 라면 먹는다고 하니까 면을 일부러 더 불어나게 만든 거야” 라고 말합니다. 속으로 “두 번 만 생각해 줬다간 큰 일 나겠다” 하고 생각을 했답니다. 그래도 그 라면 생각보다 맛이 괜찮았습니다. 한밤중에 먹는 라면이라 그랬는지, 남편의 사랑이 담겨서 그런 건지 모르겠으나 그 날 남편이 끓여준 라면을 참 맛나게도 잘 먹었답니다. 퉁퉁 불어터진 라면이지만 남편이 끓여준 라면이 최고였습니다. 강원도 춘천|김옥열 행복한 아침, 정한용 왕영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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