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비든킹덤’청룽·리롄제“실제로둘이싸우면누가이기죠?”

입력 2008-04-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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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서첫만남…두무술고수현란한액션에카메라도놓쳐
영화 ‘포비든 킹덤’(감독 롭 민코프)은 무림 고수를 동경하는 남학생의 판타지 영화다. 더 정확히 말하면 쇼브라더스나 골든 하베스트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1960-70년대 홍콩 무협영화에 심취한 백인 소년의 판타지를 그린 영화다. 그래서 고대 중국인들이 영어를 쓰고, 중국 배우들이 스패로우 같은 낯선 이름으로 불리는 장면에서 제작진이 의도하지 않은 헛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아무리 서구인의 시각에서 본 영화라 해도 소년의 두 스승이 청룽(成龍)과 리롄제(李連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중국 무협물의 살아있는 전설 청룽과 리롄제가맞대결을 펼치는 장면은 그들의 팬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본 장면이 아니던가. ‘포비든 킹덤’에서 청룽은 주정뱅이 방랑도사로, 리롄제는 카리스마 넘치고 절도 있는 수도승으로 등장한다.‘포비든 킹덤’의 두 스승 청룽과 리롄제를 15일 중국 베이징이 한 호텔에서 만났다. -청룽과 리롄제가 한 영화에 출연한 것에 대한 한국 팬들의 기대가 높다. 청룽 “리롄제와 알고 지낸지 20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그냥 친구에서 아주 좋은 친구로 변해왔다. 전부터 함께 영화를 하자고 얘기를 나눠왔지만 속한 회사가 다르고 여러 조건들이 맞지 않아 못했다. 그러던 중 ‘포비든 킹덤’의 시나리오를 받았고, 제작자가 리롄제도 출연한다는 말에 전화를 걸어 물어봤다. ‘리롄제가 정말 출연하느냐. 그렇다면 나도 하겠다.’ 곧 일흔살이 될 텐데 리롄제와의 작업을 이번에도 미루면 더 이상 기회가 없을 거 같았다.” (웃음) - 무술 영화이지만 ‘포비든 킹덤’은 할리우드 색깔이 강하다. 청룽 “미국에서 영화를 찍으면서 생각한 것이 왜 미국 사람들이 영화를 찍으면 아시아 사람들은 다 받아들여주는데, 아시아 사람들의 영화는 미국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미키마우스’ ‘수퍼맨’, ‘배트맨’, 심지어 그들의 역사를 다룬 ‘킹 아더’ 같은 작품도 우리는 보면서 이해하지 않았나. 반면 한국의 ‘대장금’을 서구인에게 보여주면 이해 못할 것이다. 하지만 할리우드 감독이 아시아의 문화를 다룬 작품을 찍으면 서양인에게 공감을 얻는다. ‘마지막 황제’나 ‘뮬란’이 그런 경우다. ‘포비든 킹덤’은 그런 생각에서 시작하게 됐다.” 리롄제 “2003년에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딸이 세 살이었다. 딸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마침 ‘포비든 킹덤’을 만났다. 하지만 처음 받아본 시나리오에는 서양인의 눈으로 본 동양의 문화가 담겨 있었다. 그래서 제작자와 시나리오 작가를 불러 내 생각을 말해줬다. 왜냐면 설정이 너무 서양화 되어 있어 이게 합리적으로 보이려면 꿈이라는 설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꿈이라면 중국의 고수와 한국 대통령이 싸운들 문제가 안 될 테니까. 이런 식으로 서양 제작진들과 의견을 조율해 나갔다.” - 두 사람 모두 1인 2역을 맡았다. 그중 청룽이 연기한 전당포 할아버지와 리롄제의 손오공역은 낯설었다. 청룽 “할아버지 역은 무척 재미있었고, 나에게 많은 것을 요하는 역할이었다. 할아버지 분장을 하고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대부’의 말론 브란도가 연기하던 모습을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걸음걸이와 말하는 스타일 까지도 말론 브란도와 비슷하게 하려 했다.” 리롄제 “손오공 연기를 하면서 힘들었던 것은 웃긴 표정이 아니라 손오공 분장을 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거였다. 청룽이 ‘포비든 킹덤’에 합류한다고 했을 때 이 역할을 넘길걸 그랬다”(웃음) - 두 사람의 대결 장면이 많은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청룽 “위안허핑(袁和平) 무술감독이 우리 둘을 앉혀놓고 스턴트맨을 통해 전체적인 액션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제 둘이 연습을 해보라’고 했을 때 내가 농담처럼 ‘연습은 무슨, 그냥 해보지 뭐’라고 말했다. 그러자 갑자기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박수치며 좋아했다. 정말 카메라가 돌아가는 동안 둘이 정신없이 싸웠다. 속으로는 ‘얜, 왜 이렇게 빨라?’하면서. 촬영이 끝나자 무술감독과 카메라 감독이 오더니 다시 한번 찍자고 말했다. 우리가 너무 빨라서 카메라가 못 따라 갔다는 것이다.” 리롄제 “청룽과의 대결장면은 마치 탁구를 치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액션 영화를 하면서 만났던 상대는 내가 빠른 스피드로 치면 공을 못 받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천천히 잘 받을 수 있는 방법으로 공을 쳤다. 하지만 청룽과 하니까 둘이 서로 공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쓰니 자연스레 액션이 빨라졌다.” - 많은 관객들이 농담처럼 ‘두 사람이 실제 싸우면 누가 이길까’ 생각해 보곤 한다. 청룽 “리롄제가 이기게 해주겠다. 왜냐면 내가 마음이 따듯한 사람이니까.” (웃음) 리롄제 “아마 작가가 이길 것이다. 누가 쓰느냐에 따라 이기는 사람이 결정될 테니까.” (웃음) -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 서로 의견 대립은 없었나. 청룽 “내가 출연하는 작품의 무술 감독은 내가 직접 해왔지만 이번에는 상대가 리롄제였기 때문에 모든 액션에 관여 하지 않기로 했다. 리롄제 역시도 본인이 액션을 해야 하는 부분은 그동안 굉장히 많은 의견을 내왔지만 이 영화에서는 한마디도 안했다. 그래서 우리보다 더 액션을 잘 할 수 있는 위안허핑 무술 감독을 모셔와 한 번도 다툼이 없었다” - 개봉을 앞두고 한국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리롄제 “‘포비든 킹덤’은 가족영화다. 미국에서 최근 조사를 했는데 기대치가 너무 높았고, 여성 관객들이 이 영화를 많이 보고 싶어 했다. 한국 관객들도 이 영화를 좋아해 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청룽과 속편을 찍을 수 있으니까.” (웃음) 베이징(중국)=허남훈기자 noi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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