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용·왕영은의행복한아침편지]카드긁는남자의비애

입력 2008-04-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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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직 미혼 남성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주말에 소개팅이나 선을 자주 봅니다. 제 상황이 이래서 더 그런지 모르겠지만, 전 계산할 때 여자들이 정말 부럽습니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여자보고 내라할 수 없으니 당연히 남자인 제가 내야 합니다. 한 번 봐서 사람을 알 수 없으니 또 두 번 세 번 만나게 됩니다. 그러면 그 때마다 제가 다 계산을 하는데, 그렇게 해서 잘 되면 다행이지만, 잘 안되면 정말 허무해집니다. 얼마 전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소개팅으로 알게 돼서 한 달 정도 만났던 여자 분이었습니다. 마음에 들어서 한 열 번 정도 데이트를 했습니다. 그런데 계산할 때마다 그 여자분이 “제가 결혼준비 하느라 여유가 없어서요” 이렇게 얘기하면서 눈만 말똥말똥 뜨는데, 데이트하면서 단 한번도 자기가 먼저 계산하는 법이 없는 겁니다. 그러면서 미안했는지 가끔씩 열쇠고리를 선물로 줬습니다. 한 달 후에 그 여자분이 연락을 끊었고, 제게 남은 건 카드비와 열쇠고리 세 개뿐이었습니다. 그동안 할부로 끊었던 것도 많았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데이트 비용을 내가 더 내서 억울하다는 말은 절대 입 밖으로 낼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바로 ‘쪼잔한 남자’, ‘자린고비’, ‘구두쇠’ 이렇게 낙인찍히고 맙니다. 음식점 나오면서 나는 카드 긁고, 여자는 ‘잘 먹었어요’ 한 마디만 하면 되다니… 솔직히 그런 거 보면 여자들 정말 부럽습니다. 회사에서 월급쟁이로 사는 것도 똑같은데, 결혼준비 하느라 돈 모아야하는 것도 똑같은데, 단지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계산을 다 해야 합니까? 그럴 땐 솔직히 여자가 부럽습니다. 경남 마산 | 강봉승 행복한 아침, 정한용 왕영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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