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썰렁할 때가 가장 힘들어”
리허설 2시간, 본 녹화 2시간 내내 카메라 감독들은 선 채로 모니터와 무대를 번갈아가며 체크하고 귀로는 PD의 지시를 받는다. 하지만 이들은 이러한 육체적 노동보다 관객의 반응이 가장 조심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개그야’ 카메라 감독의 수장인 이무영 부국장은 “‘개그야’가 녹화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관객이 있어서 사실상 생방송이나 마찬가지”라며 “원하는 장면을 놓쳤다고 다시 찍을 수가 없다. 수백 명의 관객 앞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81년 입사한 신선희 부장은 “오후 4시에 카메라 리허설을 마치고 저녁식사를 하는데 본 녹화 전에 반드시 이를 닦고 들어간다. 즐기러 오신 많은 관객에게 냄새가 나는 것도 조심스럽다”고도 했다.
85년 입사한 박삼열 부장은 “서서 일하는 것보다 썰렁한 객석이 느껴질 때가 가장 힘들다. 반대로 시청률이 높고 객석 호응이 좋으면 서서 일하는 우리도 힘이 난다”고 말했다.
“우리가 살짝 웃으면 객석은 폭소”
개그맨들이 무대에 올라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카메라 감독에게 인사하는 것이다. 잘 찍어달라는 ‘애교’이자 방송 선배들에 대한 예우이기도 하다. 개그맨 박준형은 “신인 때부터 감독님들에게 인사를 해왔다. 함께 하는 가족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카메라 감독은 촬영이라는 본업 외에 가장 먼저 개그맨들의 개그를 감상하는 관객이기도 하다. 박삼열 부장은 “80년대 ‘청춘만만세’ 시절부터 카메라 감독 사이에서 전해내려온 말이 있다. 카메라 감독이 웃으면 그 코너는 성공한다는 것이다”면서 “우리는 스태프이기 이전에 제1의 시청자”라고 말했다. 그래서 “개그맨의 움직임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크게 웃을 수는 없지만, 리허설에서 살짝 웃어주면 본 녹화에서 관객의 폭소가 터진다”고 말했다.
정기철 기자 tom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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