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티보이즈’하정우“마담들만나캐릭터분석했죠”

입력 2008-04-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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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살인범에서‘비스티보이즈’호스트바마담으로
소매를 걷어올리자 검게 그을린 팔뚝이 드러났다. 그는 영화 ‘추격자’가 500만 관객 동원을 향해 달려갈 즈음인 이달 중순께 김윤석, 나홍진 감독 등과 함께 태국 푸껫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새까맣게 탔다”면서 팔뚝을 내미는 모습에서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가 ‘대박’을 터트린 이후 갖게 된 여유로움이 한껏 묻어났다. “500만 관객은 꿈도 꾸지 못했다”는 그는 “날 필요로 하는 작품이 꾸준이 있어왔고 내게 기회를 많이 주신 것 같아 감사드릴 뿐이다”며 웃었다. 하정우는 30일 개봉하는 또 한 편의 영화로 관객을 만난다. 이미 ‘추격자’로 이전보다 더욱 큰 대중적인 관심을 받게 된 만큼 그의 새 영화 역시 관심권의 중심에 섰다. ○ 비루한 청춘의 일상을 연기하다 하정우는 2005년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로 윤종빈 감독과 호흡을 맞추었다. 그는 ‘비스티 보이즈’(제작 와이어투와이어필름)에서 다시 한 번 윤 감독과 함께 했다. ‘비스티 보이즈’는 호스트바에서 일하는 ‘마담’과 ‘선수’(윤계상) 그리고 안마시술소와 룸살롱에서 일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도시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내밀한 욕망을 담아냈다. 하정우는 수천만원의 빚에 쪼들리는 호스트바 ‘마담’ 역을 맡았다. 때로는 비루하고 또 때로는 사기꾼 기질 충만한 그런 남자다. 하지만 그 비루함과 사기성 농후한 거짓말은 미처 의도하지 않은 것. 허망한 청춘의 욕망이 빚어낸 무력함에서 벗어나려는 얄팍하지만 안타까운 몸부림일 뿐이다. 하정우는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속에서 군대 사병들의 질서 속 부조리를 받아들이며 그저 그렇게 일상을 살았던 캐릭터의 “본질적 연장선상”에서 이 불쌍한 ‘마담’ 역을 잘도 연기해냈다. 하정우는 영화와 캐릭터를 위해 “그 바닥에서 꽤 유명했던 호스트바 전직 ‘마담’을 여러 명 만났다”고 했다. “룸살롱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는 그는 그러나 “아직은 그런 걸 즐길 나이는 아니다”고 말한다. ○ 똑부러지는 청춘의 일상을 살다 자연인으로서 하정우는 그렇게 소탈하거나 털털한 면모를 드러냈다. “군 제대 이후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내 돈으로 해왔다”는 그는 “대학 입시 연기 과외선생으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말했다. 그 가운데 많은 ‘제자’들이 현재 대학에서 연기를 공부하고 있다고도 했다. 부모(그의 아버지는 중견 탤런트 김용건이다)에게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경제적 일상을 일궈온 그는 시나리오를 고르고 출연작을 선택할 때에도 엄중하다. “일단 시나리오가 말이 되어야 한다. 읽었을 때 바로 오는 흥미 같은 거다.” 또 그는 “감독은 배우를 감동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 편의 영화로 관객을 감동시키려면 우선 ‘1차 관객’인 배우를 이해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시나리오와 감독이 “배우가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게 하고 또 배우를 설득해야 한다”는 그는 “그런 면에서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흥행을 떠나 재미있고 창조적으로 시간을 보내려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런 과정이 가져다준 결실 가운데 하나다. ○ 아직 할 일 많은 배우로 살다 사실 하정우는 2005년 SBS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에서 전도연의 경호원 겸 운전기사로 잠깐 시청자의 눈에 들었다. 당시 영화에서는 ‘용서받지 못한 자’로 알 만한 사람들에게는 가능성 많은 배우로 다가가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대중적이지는 못했다. 이후 영화 ‘시간’과 ‘구미호가족’, ‘숨’, ‘두 번째 사랑’ 등에 출연한 그는 지난 해 MBC 드라마 ‘히트’와 올해 영화 ‘추격자’를 통해 비로소 대중에게 각인됐다. 그 만큼 몸값도 뛰었다. 이 같은 이력을 볼 때 어쩌면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천천히 걸어왔던 게 아닐까. “대학교(중앙대 연극학과) 3학년 때부터 인연을 맺은 매니저와 궁합이 맞는다”는 그는 자신을 믿어주는 주위 사람들이 고맙기만 하다. 그가 ‘사무실’이라고 표현한 소속사 관계자들 역시 하정우의 선택을 믿고 있다. 하정우는 그런 믿음 위에서 배우로서 자신이 지닌 가치를 스크린에 투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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