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Ms.박“미술작품알고싶으면그림에말걸어보세요”

입력 2008-04-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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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봄이 되면 갤러리에는 새로운 전시를 감상하려는 관람객들로 북적인다. 이들 가운데 종종 필자에게 왜 이렇게 미술이 어렵냐고 하소연 하는 관람객이 있는데, 전시 설명을 담당하는 도슨트(docent)를 제쳐두고 큐레이터인 필자에게 직접 물어본다는 것은 그만큼 미술에 대한 열의를 보여주는 것이기에 긴장되면서도 기쁘기 그지없다. 그런데 미술이 어렵다는 관람객의 하소연을 들을 때마다 필자는 과연 미술이 음악이나 문학과는 달리 일반인들에게 왜 그토록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가에 대해 자문하게 된다. 그 이유는 마냥 어렵고 그래서 관람객에게 불친절한 미술 작품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미술에 대한 고정관념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필자의 은사님은 ‘미술은 언어다’라는 저서에서 미술에 대한 일반인들의 고정관념에 대해 재미있는 비유를 한다. 우리가 항상 타고 다니는 자동차가 고장이 나서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들 때 우리는 자동차 수리점 전문가들에게 자동차를 맡겨 버린다. 그런데 유독 미술이란 영역에 대해서는 일상의 다른 영역들처럼 전문성을 갖는 분야라는 것을 일반인들이 잘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다수의 일반인들이 미술이 전문 영역이라는 생각을 갖지 않고 미술 작품을 ‘본다는 것’은 극히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것이며, 훈련이나 교육 또는 그 어떤 관점도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미술 작품을 애써 주목해서 보려 하기보다는 그냥 스쳐 지나치면서 바라보고 미술 작품의 의미들이 스스로 드러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문제는 미술 작품은 그것을 스쳐 지나면서 바라보는 이에게 친절하게 자신의 모습을 결코 드러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를 돌려서 말해보면, 미술과 친해지고자 한다면 고정관념을 가지고 단순히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이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다가가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마치 현재 사랑하는 연인과의 첫 만남처럼 말이다. 어떤 미술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처음 발을 내딛는 일은 마음에 드는 상대방을 알기 위해 떨리는 마음으로 이런 저런 질문을 했던 첫 만남과 비슷하다. 그 당시 우리는 진정으로 그녀를 ‘알기’ 위해서 이런 저런 질문을 만들어서 말을 걸었을 것이다. 이 ‘알기’ 위해 미술 작품과 대화하는 일을 두고 어떤 이는 “미술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말하고, 어떤 이는 “미술 작품은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기억해야 할 사실은 미술 작품에 대한 지나친 ‘읽기’는 또 다른 고정관념을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예술가는 일반인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의 사람이라든가, 그가 제작한 작품은 이 세상의 유일무이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그러하다. 고정관념은 일단 생기고 나면 그 편리함 때문에 미술 작품에 대한 자신만의 창조적인 읽기를 어렵게 만든다. 박 대 정 모란갤러리 큐레이터로유쾌, 상쾌, 통쾌 삼박자 가 맞아 떨어지는미술 전시를 꿈꾸는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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